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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뒷골목의 음식나누기/ 김종천


번화가인 서울의 을지로 뒷골목에는 봉재공장, 인쇄소, 종이 만드는 공장 등 갖가지 영세업소들이 벌집처럼 빈틈없이 들어서 있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 홀로 사장'들이다. 그들은 대개 점심을 식당에서 시켜 먹는다. 백반이나 찌게, 또는 생선구이 등을 주문하여 먹고 식반을 신문지로 덮어 점포앞이나 계단에 내놓는다.

바람이 불면 남은 음식 속으로 먼지나 오물이 얹히기 일쑤지만, 언젠가부터 그 음식들을 눈치보며 허겁지겁 먹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때로는 여인이 비닐 봉지에다 마구잡이로 담아가기도 하고, 혹은 폐품을 주워 연명하는 할아버지께서 1㎏에 겨우 몇십원 하는 빈 상자의 무게를 감당하고자 마치 옛날 꿀꿀이죽처럼 지저분하게 남겨진 음식찌꺼기를 양손으로 부지런히 드시기도 했다.

그날도 언덕배기에서 뒤로 미끄러지면 수레와 상자의 무게에 깔려 끔찍한 일을 당할 것만 같은 위험한 상황중에 할아버지 한 분이 손으로 눈을 털며 계단에 앉아 차가운 남은 음식을 들고 계셨다. 따뜻하고 정갈한 음식도 드시기가 어려울 연세에, 이미 얼음장 같은 음식들은 잘 넘어가지 않는 듯 보였다.

그 때 옆 가게에서 누군가가 나왔고, 할아버지께 따뜻한 물과 소주를 조금 가져다 드리면서 말을 붙이는 게 보였다. 다음부터는 깨끗이 보관해 둘 테니 자주 오시라는 말씀이었고, 할아버지는 연신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 일이 있어서 술은 마시지 않겠다는 말씀이셨다.

그 뒤로 알게 모르게 여러 주민과 영세업자들은 누구나 이심전심이 됐다. 꼭 먹을 음식만 손 대고 깨끗이 가다듬어 식반을 내어놓게 되었고, 때로는 개업집에서 가져온 떡이나 돼지고기도 잘 보관했다가 노숙하며 걸식하는 거리의 천사들에게 대접하는 집들이 늘게 되었다. 이들 모두 어떻게든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아닌가? 시대의 아픔이 겨울바람처럼 아린다.

김종천/서울 동작구 상도4동


[알림]한겨레 희망찾기 캠페인 “함께 나눌 희망을 찾습니다”
“희망이 없다.” 많은 사람들의 탄식입니다. 어떤 이는 떠나겠다고 합니다. 이제는 신문 보기조차 짜증난다고 합니다.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소식들만 가득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겨레>는 어딘가에 희망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희망을 일구는 작은 노력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독자 여러분과 그 희망을 찾아나서기로 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십시오. 어딘가에 우리를 미소짓게 하고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희망의 기운을 북돋우는 사람들과 이야기가 있을 것입니다. 그 희망을 서로 나눕시다. 작은 희망들을 모아서 세상을 바꾸는 큰 힘으로 만들어 갑시다.

독자 여러분 주위의 작은 `희망'들을 200자 원고지 4장에 담아 보내주십시오. 채택된 글에 대해서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이 보내주신 `희망'은 11월부터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보내실 곳 : 전자우편 opinion@hani.co.kr 팩스 02-710-0310
주소 서울 마포구 공덕동 116-25 <한겨레> 여론매체부 희망찾기 담당자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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