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섹션 : 희망찾기 등록 2001.12.11(화) 09:40

껌 팔던 할머니의 웃음

1999년 정말 무더운 여름이었다. 더군다나 가장 더운 지방인 대구에서 힘겨운 이등병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4박5일간의 꿀 같은 `100일 위로 휴가'를 받아 집에서 보내는데 왜 그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부대로 복귀하기 위해 서울역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타고 있었다. 2년이나 늦게 간 군대, 전공과는 상관 없는 보직, 그리고 복귀하여 이등병이면 으레 감당해야 하는 고참들의 잔심부름을 도맡아 하여야 한다는 생각에 짜증만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렇게 스스로 짜증내며 인상쓰고 있을 때 저 끝쪽에서 한 할머니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껌 사세요. 500원이에요.” 껌을 파는 할머니였다. 군에 가기 전에는 인사도 잘하고 스스로 배려심 많다고 자부하고 살아 왔던 나였지만 그 순간 `저 할머니 나한테 오면 안 산다고 말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고된 군생활의 피로와 짜증을 나도 모르게 그 할머니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 할머니가 내 앞을 지나갈 차례가 되었다. 짜증스런 얼굴로 “안 사요”라는 말이 나오려는 바로 그 순간, 할머니께서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거 가져가서 부대에서 씹어. 졸면 큰일나잖여”. 나는 그 순간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퉁명스러운 말을 내뱉으려는 순간 할머니는 그 더운 지하철칸에서 너무나 따뜻한 미소로 그렇게 말씀하셨다. 할머니께서 주신 껌 한통을 들고 부대에 들어가기까지 나는 담담했다. 왜냐하면 그 할머니의 미소에서 나는 어머니의 미소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 할머니도 분명 과거 언젠가 자식 군대 보내고 마음 졸이시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러한 `어머니의 사랑'을 `구걸'로 받아들이려 했던 것이다. 너무도 부끄러웠다.

그 이후로 군생활 2년을 하는 동안 그리고 전역한 지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에게는 하나의 습관이 생겼다. 시간만 나면 비록 1~2분이라도 “식사하셨어요”라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는 일이다. 그렇게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고 나서 전화부스를 나설 때면 항상 그 껌을 파시던 할머니의 미소가 생각난다.

김정수 lawsoo77@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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