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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 아이들을 사랑하게 된건/ 조효순


6년 전 여름, 아카시아 꽃향기 자욱할 즈음 산동네 공부방 아이들과 첫 만남이 있었다. 그곳은 도시 빈민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인성과 학습 지도를 도와 주는 곳이며 모두 자원봉사 교사들이 이 일을 맡고 있다.

처음에 그곳을 찾았을 땐 아이들이 무척 거칠고 산만해서 수업을 진행하기가 힘들었다. “그래, 일년만 참자.” 그러던 여름 어느 날, 수업을 하고 있는데 한 아이가 울면서 내게 왔다. “선생님, 만 원짜리가 빠졌어요. 화장실에요.” 만원이 빠졌으면 벌써 씻겨 내려갔을 텐데 싶으면서도 아이나 달래보자는 생각으로 쉬는 시간에 그 집으로 갔다. 그런데 그곳은 재래식 화장실이었다. 그 때까지 나는 그 아이들의 환경을 몰랐다.

더군다나 빠진 것은 돈이 아니라 어머니께서 새로 사주신 만 원짜리 옷이었다. 아이가 옷을 꺼내보려고 한 바탕 소동을 치른 뒤였기에 옷은 엉망이었다. 한 여름이라 냄새로 인해 질식할 정도였다. 그 아이의 애원하는 젖은 눈을 차마 모른 체할 수 없어 막대를 이용해 옷을 건졌다. 이미 황금색으로 물들어 버린 그 옷. 차라리 새 옷을 사주고 싶었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하고 옷을 버리면 이 작은 아이의 볼에 남아 있는 눈물자국과 마음에 남을 상처는 어떡하나. 그리고 어느 새 따라와 둘러서 지켜보고 있는 아이들의 눈들. 난 옷을 손으로 빨았다. 깨끗이 빨래줄에 널린 옷을 보며 아이의 얼굴 가득 번지던 안도의 환한 미소와 나를 바라보던 따뜻한 눈길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나의 조그만 수고가 아이들의 마음에 믿음을 심어주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 순간이 내가 이곳에서 이렇게 오래 봉사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좋아졌다. 세상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가끔씩은 쉬고 싶던 때도 있었지만 그 날의 아이가 떠오를 때면 가슴에 차오르는 희망의 기운을 느끼게 된다. 나의 이 작은 봉사가 아이들에게 희망과 기쁨이 될 수 있음에 오늘도 공부방 오르는 언덕이 정겹다.

공부방을 찾는 많은 선생님들 중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만두고 싶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고, 희망을 찾노라면 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한 보물을 하나씩 가슴에 지니고 살게 될 것임을 믿는다. 전국의 공부방 선생님들,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조효순eq99@catholic.or.kr

-------------------------------- 주위의 작은 희망이 모여서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됩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200자 원고지 넉 장에 담아 보내주십시오.


[알림]한겨레 희망찾기 캠페인 “함께 나눌 희망을 찾습니다”
“희망이 없다.” 많은 사람들의 탄식입니다. 어떤 이는 떠나겠다고 합니다. 이제는 신문 보기조차 짜증난다고 합니다.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소식들만 가득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겨레>는 어딘가에 희망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희망을 일구는 작은 노력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독자 여러분과 그 희망을 찾아나서기로 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십시오. 어딘가에 우리를 미소짓게 하고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희망의 기운을 북돋우는 사람들과 이야기가 있을 것입니다. 그 희망을 서로 나눕시다. 작은 희망들을 모아서 세상을 바꾸는 큰 힘으로 만들어 갑시다.

독자 여러분 주위의 작은 `희망'들을 200자 원고지 4장에 담아 보내주십시오. 채택된 글에 대해서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이 보내주신 `희망'은 11월부터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보내실 곳 : 전자우편 opinion@hani.co.kr 팩스 02-710-0310
주소 서울 마포구 공덕동 116-25 <한겨레> 여론매체부 희망찾기 담당자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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