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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1.28(금) 18:06

부시의 자유 찬미


자유라는 말로 도배된 조지 부시의 취임사를 읽자마자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중략)/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이라는 김수영의 시 구절이 떠올랐다. 4·19혁명 당시 시민과 학생이 이승만 독재정권과 피 흘리며 싸워서 쟁취한 자유의 참뜻을 되새기는 대목이다. 이 구절을 떠올린 것은 누가 어떻게 말하는가에 따라 자유의 의미가 180도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시 취임사의 골자는 “우리 세계의 평화를 위한 최상의 희망은 전 세계에 자유를 확산하는 것”, 부연하면 “우리 세계의 폭정 종식을 궁극적인 목표로 모든 나라와 문화에서 민주주의적인 운동과 제도의 성장을 추구하고 지원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는 주장에 있다. 자유의 확산과 폭정의 종식을 미국의 최고 정책과제로 간명하게 정리한 이 주장은 얼핏 그럴싸해 보인다. 하지만 부시가 미국을 자유의 화신으로 여기고 미국에 맞서는 나라들에 폭정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음이 분명해지면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수준의 유치한 발상에 불과함이 드러난다. 특히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무고한 이라크인들이 수없이 살해되고 그들의 삶의 터전이 황폐화되는 상황에서는 참 뻔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부시의 취임사가 의미심장한 것은 이런 무반성과 무책임이 극에 달해 그 심각함을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하는 마비증상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부시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본질을 미국의 타고난 천성과 동일시함으로써 미국이 자유의 영원한 수호자임을 기정사실화한다. 가령 “건국 시대부터 우리는 이 지구상의 모든 남녀가 권리와 존엄성과 비길 데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천명해왔습니다”는 구절이 그렇다. 부시는 이 대목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된다”는 미국독립선언문의 구절을 염두에 두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근대 민주주의의 원리가 된 제퍼슨의 발언조차 피억압자의 관점과 역사의 거울에 비춰보아야 한다. 그의 발언이 값진 것은 미국인이 영국의 식민통치와 싸웠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미국이 쟁취한 독립과 자유에는 그들 자신의 피 냄새가 섞여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 백인에게 몰살당하는 아메리카인디언이나 흑인 노예에게는 어땠을까. 미국 백인이 쟁취한 평등과 자유가 그에게는 고스란히 박해로 돌아오는 기구한 운명의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았을까.

미국이 마비증에 걸린 것은 미국이 세계를 일방적으로 해석하고 세계라는 객관적인 거울에 자기 모습을 비춰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인의 타자라 할 세계 ‘주변부’의 사람들이 예전의 아메리카인디언이나 흑인처럼 미국을 자유의 수호자라기보다 억압자로 느끼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부시의 취임사는 구절구절 반어적으로 읽힌다. 가령 “우리 세계의 폭정 종식을 궁극적인 목표로”라는 구절은 미국의 일방적 군사패권주의야말로 최고의 폭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적반하장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폭정의 전초기지’로 쿠바를 비롯한 6개국을 지목한 콘돌리자 라이스의 발언을 참조해도 마찬가지다.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명칭에 부합하는 쪽은 쿠바라는 주권국보다는, 불법감금과 고문 등 최악의 인권유린이 상습적으로 자행되는 쿠바의 미국령 관타나모기지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남북전쟁 때부터 1960년대까지 자유와 민주주의의 신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물론 이것은 미국의 지배 계급인 백인 남성이 무슨 은덕을 베풀어서가 아니라 여성과 흑인, 소수민족의 투쟁 덕분이었다. 다른 한편 미국은 미국인을 제외한 ‘지구상의 모든 남녀’에게 점점 억압자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부시의 시대에 이르러 미국의 자유에는 타자의 피 냄새가 가득하다. 자유의 참뜻을 망각하면서부터 시작된 미국의 도덕 불감증이 중증에 도달한 것이다.

한기욱/인제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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