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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1.05(수) 20:30

재일동포의 국적


지난해 12월22일, <산케이신문> 도쿄 본사를 찾아가 정치, 홍보 부장들과 면담했다. 목적은 ‘국교 없는 북조선 국적의 영주외국인’이라는 틀린 보도를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그 동안, 우리가 두번에 걸쳐서 보낸 질의서에 대해 산케이쪽은 ‘사회통념상 허용될 범위 내의 표현’이란 반론을 펴왔다. 이날 협의에서 산케이쪽은 사실오인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12월29일에는 지면을 통해 사실오인 보도를 독자에 전하고 해설기사까지 실었다.

본국의 독자들 가운데는 도대체 무엇이 문제냐고 의문을 갖는 분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재일동포에게 휴대가 의무화돼 있는 외국인등록증의 ‘국적 등’이란 란에는 두 종류의 표기가 존재한다. 하나는 ‘한국’, 또 하나가 ‘조선’이다. 많은 일본인과 본국인들이 전자가 대한민국을 지지하는 민단계 동포를, 후자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지지하는 총련계 동포를 가리키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1947년 5월2일, 대일본제국헌법 마지막 칙령으로서 발포된 외국인등록령에서는 구식민지 출신자로서 여전히 일본 국적을 가지고 있었던 재일동포는 ‘당분간 외국인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따라서 재일동포의 경우 외국인등록증의 국적란에는 모두 조선으로 처리됐다. 한반도에 남북정부가 각각 들어서기 이전의 일이니 구식민지 조선이란 지명밖에 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후, 1950년 일본을 통치하던 연합군총사령부가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신청이 있을 경우 국적란을 조선에서 한국으로 변경한다’는 조처를 내려 국적란은 한국이란 국적과 조선이란 옛식민지명의 두 가지가 생겨난 것이다. 한국으로 변경하는 움직임이 대규모로 시작된 것은 그보다 한참 후인 1965년 한일조약 이후의 일이다.

이렇게 보면, 현재의 조선적이란 한국적으로 변경하지 않았음을 의미할 뿐, 결코 북한 국적을 가리키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만약 1948년 북한이 국명을 ‘고려‘등으로 했다면, 산케이도 틀린 보도는 안했으리라고 생각된다.

현재도 조선적을 가지고 있는, 다시 말해서, 일부러 한국적으로 바꾸려고 하지 않은 재일동포 가운데 북한을 지지하는 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북한에 대해 비판적이면서도 이승만이나 박정희의 독재정치를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한국적으로 바꾸지 않은 중립적인 분들도 적지 않다. 또한, 북한에 간 가족들 때문에 한국을 지지하면서도 조선적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동포도 존재한다. 재일동포를 국적 등의 표시에 따라서 민단계니 총련계니 해서 단순 구분하거나 색깔을 덧칠하는 일은 너무나도 안이하고 어설픈 짓이다.

그렇지만 일본사회를 지배하는 보수세력에게는 이런 구분이 재일동포를 갈라서 지배하는 데는 좋은 통치수단인 것 같다. 두가지 예를 들어보자.

연립정권의 일각을 이루는 공명당이 지난 11월에 제출한 영주외국인지방참정권 부여법안의 대상은 한국적 동포로 한정돼 조선적 동포는 제외돼 있다. 이런 차별적이고도 반인권적인 취급은 조선적 동포를 ‘북조선 국적자‘로 간주하는 오해로부터 연유된다고 하겠다. 총련계 민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지난 2년간 당한 폭언, 폭행사건은 600건을 넘었다. 그 이유는 많은 일본인들이 민족학교를 이른바 ‘북조선학교’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납치일본인 유골이 가짜로 판명되자, 북한에 대한 일본사회의 감정은 최악으로 바뀌고 있다. 대북 경제제재론이 확산되고 언론매체들의 ‘북한 때리기’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적 동포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산케이신문에 대해 항의의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북조선 국적의 영주외국인’이란 표현이 조선적 동포에 대한 폭언, 폭행행위를 조장하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산케이가 알면서도 사실오인 보도를 함으로써 재일동포에 대한 배척주의를 선동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을 씻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동길/오사카국제이해교육연구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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