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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1.04(화) 21:15

오버 액션


내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이웃을 위해 살아온 분들을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신년특집으로 리영희 선생을 모시기 위해 얼마 전 산본에 있는 선생의 댁으로 인터뷰를 하러 갔었다. 우리 사회가 지금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다소 뻔한 질문을 드렸다. 선생은 의외로 정치권 같은 이 사회의 리더들보다도 국민들을 나무랐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을성이 너무 없다는 거다. 개혁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뤄지겠냐시며 그렇게 오랜 세월 썩어 있던 정치를 이제부터 고쳐보겠다고 하는 건데 조금만 정말 조금만 진득하게 기다려 주질 못하고 조금이라도 맘에 들지 않으면 집어치워라 하며 핏대를 올리는 모습이 참 안타깝다는 거다. 인터뷰 끝에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위해 덕담 한 말씀을 부탁했더니 또 같은 말씀을 하셨다. 믿고 뽑았으면 좀 기다려주라고. 정부 여당이 들으면 고마워서 눈물이 찔끔날 얘기다.

정치 얘길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얘길 하려는 거다. 수 틀리면 만만한 게 정치고 셋이 모이면 씹어 돌리던 게 정치인들이었던 건 그만큼 우리의 정치 수준이 한심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솔직히 말해서 죽어도 내 잘못은 아니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우리들의 못생긴 자의식 때문이기도 하다는 걸 진즉부터 얘기하고 싶었다. 반성하는 사람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물론 나부터 해당하는 얘기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유태인과 쌍벽을 이루는 똑똑한 민족이어서일까? 각자 너무나 잘났고 모두가 똑똑했다. 역사적 특성 때문에 생긴, 영어로는 번역하기도 애매한 ‘한(恨)’ 때문일까, 모든 감정표현 역시 너무 과하다. 너무나 잘난 사람들뿐이니 매사가 억울해 미칠 일만 있는 거 같았다.

근데 이상한 건 그 홧병이 함께 하는 연대를 향한 애정이라기보다 내 안위 내 가족을 향한 에너지이기만 한 거 같아 민망하다. 광주학살의 진실이 밝혀졌을 땐 자기 가족 죽은 게 아니라 그런지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깐. 나쁜 놈들”하고 말더니 비자금 문제가 터지니까 모두들 그게 다 마치 자기 돈이라도 되듯이 펄쩍펄쩍들 뛰었더랬다. 열 받음을 표현하는 정도가 거꾸로 되어야 맞는 거 아닌가?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목숨을 앗아간 것보다 돈 떼어 먹은 게 더 화낼 일인가? 확인할 바는 없지만 시스템만 받쳐줬으면 그게 다 내 돈일 수 있었다는 환상이 있어서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양보하는 놈이 바보고 기다려줬다간 다 뺏긴다는 믿음이 이 상태로 점점 굳혀진다면 상식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영원히 불가능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그런 불신이 포화상태라 그런지 안그래도 다혈질 기질이 다분한 우리들은 모든 게 너무나 자극적인 것 투성이다. 호떡 집 불난 거랑 하나 다를 거 없는 언론의 모습은 둘째 치고라도 우리네 일상 곳곳에도 ‘오버액션’투성이다. 공중 목욕탕에선 옆 사람에게 물이 튈까 봐 조심하는 모습은 보질 못했고, 슈퍼마켓의 세일 상품을 알리는 스피커 소리는 언제나 소음에 가깝고, 식당에선 반찬 가짓수가 언제나 너무 많이 나온다. 택시기사는 빨리 가 달라는 부탁도 안했는데 조금이라도 막히면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핸드폰은 신형이 나올 때마다 바꿔주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조급해하고 10년 이상 탄 자동차는 뉴스에 나온다. 너무 많이 사고 너무 빨리 가고 너무 맵게 먹고 너무 자주 바꾸고 너무 시끄럽다. 그리고 남의 탓도 너무 과하게 한다.

지난 크리스마스와 연말은 유례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수침체 현상이야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무조건 흥청망청하고 먹고 죽자 분위기 일색이던 연말의 ‘오버액션’이 조금은 줄어든 거 같아 한편으론 반가웠드랬다. 스트레스 푸는 것도 꼭 남에게 피해를 줘가며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의 이 ‘오버액션’기질, 새해엔 좀 버렸으면 좋겠다. 대안도 없는 오버액션 대신 브레히트 말대로 ‘장기적인 분노’가 필요한 때인 거 같다.

오지혜/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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