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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2.21(화) 18:55

외국인 투자자는 마녀?


우리 기업을 우리가 지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보유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 기업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외국인 주식투자자가 누구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은 물론이고 진보를 표방하고 있는 인터넷 매체까지도 합심하여 투기꾼이나 기업사냥꾼으로 몰아세우는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은 누구인가.

먼저 외국인 주식투자자는 투기꾼인가 하는 문제부터 살펴보자. 지난해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주식투자자들의 평균 주식보유 기간은 채 2개월이 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기관투자가인 투자신탁마저도 평균 보유기간이 4개월밖에 안 된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평균 보유기간은 1년3개월을 넘는다. 외국인 투자자 중에서도 단기투기적인 세력이 있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절대다수는 장기적인 펀드 투자자들이다. 국내 투자자들보다 무려 7배가 넘는 기간 주식을 보유하는 외국인을 투기꾼으로 매도한다면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뭐라고 불러야 하는가.

외국인 투자자들을 투기꾼으로 비난하는 또다른 근거는 그들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배당을 많이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시세차익을 싫어하고 배당도 싫어한다는 말인가. 우리나라 사람이든 외국인이든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서 주가가 오르거나 배당을 많이 받게 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외국인은 시세차익을 얻어서도 안 되고 배당을 많이 받아서도 안 된다면 그들은 주식투자를 자선사업으로 하라는 말인가. 투기꾼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소버린의 경우를 보자. 에스케이의 채권은행이면서 우리 국민이 주인인 국책은행마저도 주가가 오르자 불과 몇 달 만에 에스케이 주식을 팔아치웠다가 주주총회가 다가오자 다시 사는 단기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소버린은 1년 반이 넘도록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의 경영권 도전에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으나 장기 주식보유로 시세차익을 얻은 소버린을 투기꾼으로 비난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또다른 왜곡은 그들을 하나의 주체인 것처럼 취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개인 소액주주로부터 투자신탁과 국민연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처럼 외국인 투자자들도 국적은 물론이고 투자행태도 서로 다른 다양한 투자자들이다. 코리아펀드나 템플턴처럼 10년 넘게 우리나라에 투자하고 있는 장기 펀드운용회사로부터 소버린 같은 개인투자회사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이 하나로 뭉쳐서 우리 기업을 사냥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오히려 서로 담합을 하고 에스케이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하는 것은 에스케이의 계열사와 우리나라 기관투자가들, 그리고 에스케이의 압력으로 주식을 산 거래업체들이다. 우리 기업의 경영권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채권은행들마저도 실제로는 자신들의 채권회수를 위해서 입을 맞추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절대다수는 우리나라의 투자신탁과 같은 포트폴리오 펀드운용기관이다. 적대적 인수합병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미국에서조차도 포트폴리오 펀드운용기관이 스스로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했다거나 제3자의 시도에 참여했다는 사례를 찾을 수 없다. 외국인 투자자들 중에서도 지극히 예외적인 개인투자회사인 소버린이 경영권에 도전했다고 해서 외국 투자자들 모두를 기업사냥꾼으로 몰아가는 것은 세계적인 투자업계의 웃음거리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절대다수는 투기꾼이 아니며 기업사냥꾼은 더더욱 아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기업의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보다 더욱 경계하고 우려해야 하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국민들에게 우리 기업을 우리가 지키자는 사이비 애국심을 선동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을 지킨다는 것은 무엇이고 그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필자는 다음번 시평에서 이 문제를 논하고자 한다.

장하성/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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