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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2.17(금) 19:26

학생의 체력과 나라의 미래


작년 미국의 어떤 언론은 지금 청소년들은 이제 인류역사상 앞 세대보다 수명이 짧은 최초의 세대가 될지 모른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곧, 즉석식품 과용, 과체중으로 지금 십대, 이십대의 수명은 그 이전 세대보다 짧을 것이라고 경고한 셈이었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도 우려할 만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십대들의 심폐지구력, 순발력, 유연성 등이 사십대 성인남녀보다 낮다는 것이다. 사실 틈만 나면 책상에 앉아 인터넷 게임만 하는 청소년 자녀를 둔 사람들은 누구나 이와 비슷한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운동장에서 힘차게 달리거나 철봉이나 평행봉에 매달려 있는 아이들은 물론, 역기를 들거나 거친 운동을 하는 청소년들은 눈을 씻어도 찾아볼 수 없다. 턱걸이 한번도 제대로 못하고 윗몸 앞으로 굽히기를 하면 어른들보다 몸이 더 굳어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여학생들은 어떤가? 우리나라에서는 도시 외곽의 도로에서 여학생들이나 젊은 여성들이 운동복 바람으로 뛰는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일본에서 온 어떤 여학생에게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인가 물어보니, 바로 밖에서 운동하는 학생들을 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로 그렇다. 남녀가 이제 거의 모든 영역에서 동등하게 참여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한국 여성들은 이 점에서만 남녀유별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에 가 보면 어디서나 여학생들이나 젊은 여성들이 땀을 흘리면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때로는 격렬한 운동도 마다지 않는다. 중·고등학교에서도 거의 매일 한 시간씩 구기종목이 배치되어 있고, 사회 체육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는 하나, 오후나 주말에는 학교와 교외의 운동장에서 야구, 축구를 즐기는 남녀 청소년들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결국 한국에서는 자가용과 인터넷, 그리고 과중한 학교·학원 수업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새벽별 보고 학교 가서 자정이 넘어 귀가하는 청소년들에게 운동과 여가는 사치일지 모른다. 체력장이 없어진 이후 체육활동 비중은 더욱 낮아졌고, 부모들도 체육보다는 영어·수학 수업 한 시간이라도 더 하기를 원한다. 학교 체육시설도 형편없고 즐길 수 있는 실내 체육시설이 있는 학교도 거의 없다. 동네를 둘러보면 더욱 한심하다. 아파트에 보면 미끄럼틀이나 시소가 있는 놀이터는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어도 청소년들이 놀 수 있는 농구장이나 다른 체육시설은 거의 없다. 우리의 생활공간에서 청소년을 위한 놀이 공간은 아예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아이들만 탓할 일이 아니다.

사십을 넘은 사람들은 모두 뼈저리게 자각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삼십대 중반을 넘어서면 결국 인생은 체력에 좌우된다. 팔십, 구십이 되어서도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서구의 지식인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오고, 환갑만 넘으면 활동을 종료하는 우리와 너무 대조적이다. 그런데 이제 이 허약하고 무기력한 청소년들이 서른이 넘어 자신의 능력과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나라의 인력으로 성장해 갈 수 있을까? 작년 필자가 미국에 머물던 중 열심히 운동하는 미국 청소년과 성인들을 볼 때마다 가졌던 느낌은 바로, “돈도 많고, 제반 환경도 좋은데, 앞으로도 건강과 체력까지 이들이 앞선다면 …”이라는 우리 미래에 대한 우울함이었다.

오늘 한국의 기성세대는 자기 자식 잘되게 한다면서 결국 자식을 병들게 만들고 있으며, 눈에 보이는 아이들의 성적과 입시에 매달려 나라의 미래를 죽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을 입시에서 해방시켜 마음껏 놀게 해야 하며, 학교를 감옥과 같은 성냥갑 교실로만 채워진 공간이 아닌 운동하고 놀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도시계획을 할때 청소년을 위한 사회체육 시설을 가장 우선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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