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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12.11(목) 19:05

권력의 지방 이전


우리 속담에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이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예부터 우리나라가 전통적으로 중앙집권적 통치구조로 되어 있어 서울에 가야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국민잠재의식의 표현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런 뿌리 깊은 중앙동경의식은 지금도 잔존하여 서울로 가는 것은 방향에 관계없이 모두 올라가는 상경(上京)이고, 지방에 가는 것은 내려가는 하향(下鄕)이다. 또한 중앙방송을 위해서 ‘지방방송은 꺼져야 되는 것’이 상식이며 최근 서울시장이 교육부총리에게 ‘시골 출신이라서 뭘 모른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지만 이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따라서 지방 사람들은 자식만이라도 이런 대접 받지 않게 하려고 기를 쓰고 서울로 올라가려 하고 그것이 오늘의 수도권 과밀과 지방 피폐의 근본적 원인이다.

<서울은 만원이다>라는 어느 소설 제목처럼 서울은 현재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좁은 면적에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국토면적의 0.6%에 불과한 서울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1%가 몰려 세계에서 수도 인구 집중률이 높다는 도쿄(6.6%), 파리(4.0%)보다도 4~5배나 높다. 또한 수도권에는 중앙행정기관 84%, 100대기업 본사 91% 등 정부 및 민간의 중추기능의 절대 비중이 밀집되어 있고 이러한 중추관리 기능의 집중은 하위기능의 집중을 가져와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대부분의 기능이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다. 따라서 이젠 그레고리 헨더슨이 지적한 대로 “서울은 단순히 한국에서 가장 큰 도시가 아니라 한국 그 자체”가 되었고 이른 바 ‘서울 공화국 지방 식민지’의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역대 정부에서는 그간 다양한 수도권의 성장 규제와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지난 30여년간 수도권 인구 집중률은 28%에서 47%로, 제조업체 집중률은 33%에서 56%로 오히려 심화되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였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지적될 수 있으나 인구 및 산업집중의 근본 원인이자 ‘서울 제일주의’의 근원인 권력의 지방 이전에 대해서는 그간 손대지 못했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지역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의 근원이 되는 세계화·지방화 시대다. 이제는 우리와 같은 수도권 일극중심체제로는 더이상 국가발전을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지방분산, 분업, 분권의 지방화전략은 이젠 선택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여 ‘서울제일주의’라는 국민잠재의식을 혁파하고 권력의 분권과 분산을 통해 고착화된 수도권 비대화 방지와 지역균형발전을 이루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그리고 신행정수도 건설은 국민화합과 국운 개척의 새로운 다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임승달/21세기 국토포름 공동 대표·강릉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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