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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11.17(월) 19:47

진정으로 미국을 돕자


정부의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 발표 뒤 국민 여론은 “전투부대만은 안 된다”는 쪽으로 대세를 이뤄가고 있다. 이런 공감대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음이 각종 여론조사 등에서 확인된다.

전투부대 파병이 뜻대로 풀려가지 않자, 수구 신문과 기득권층들은 국민들의 활발한 찬반논의 과정에 대해 정부가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꼬는가 하면 안보관련 의사결정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등 생트집 잡기에 정신이 없는 듯하다. 국가 중대사를 결정할 때마다 막강한 수구 언론을 동원해 북 치고 장구 치며 쉽게 끝내왔던 ‘독재의 추억’이 간절하겠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명분 없는 침략전쟁이라는 숨길 수 없는 사실 앞에 ‘맹방’의 의리를 내세운 설득이 먹혀들지 않자 미국 정부의 비위를 거스름으로써 입게 될 경제적 안보적 위협의 사대주의적 발상을 ‘국익’이랍시고 그들은 침이 마르도록 말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월드컵과 촛불시위를 통해 자존심을 자각하고 자신감을 얻게 된 대다수 국민들이 고개를 돌리자 다시 이라크가 안전하니 걱정할 것 없다는 주장을 펴왔지만 이것도 사실무근임이 드러났다. 이에 다시 ‘혼성부대’ 운운 얼버무리며 ‘치안유지’ 성격이기 때문에 굳이 전투부대냐 아니냐의 이분법은 의미가 없다는 해괴망측한 설명을 늘어놓고 있다.

전쟁 당사자인 미국에서도 최근 어느 여론조사를 보면 75%나 되는 국민들이 이라크전은 끝난 것이 아니고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 모를 전쟁의 늪에 미국이 빠져들고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이라크 인들이 생각하는 전쟁의 목적과 성격에 비추어 볼 때 매우 타당한 지적이다. 그들은 부시와 후세인의 전쟁은 이미 끝났고 이제는 점령군 미국에 대한 이라크인의 전쟁, 다시 말해 ‘독립전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형태는 테러 형식의 전선 없는 게릴라전으로 지구전의 성격이라는 사실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것이 이라크전의 본질적 성격이며 현재의 상황이다. 게릴라전에서의 치안유지라는 말은 대항 게릴라전이라는 의미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따라서 치안유지 목적의 군대란 사실상 완벽한 전투부대일 수밖에 없다. 이런 아주 분명한 사실을 ‘안전 목적의 수색 및 경계를 위한 최소한의 전투부대’라는 말로 호도하며 국민을 설득하려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세계인이 반대하는 침략전쟁에 우리가 휘말려 허우적거리는 재앙의 길로 빠져들지 않도록 당국과 정치인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미국 정부의 서운함을 무릅쓰고라도 잘못된 이 전쟁을 빨리 종결짓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이야말로 진심으로 미국을 돕는 길임을 분명히 알자. 전투부대 파병 요구에 응함은 부시를 잠시 기분 좋게 할 뿐이요, 거부함은 어려운 처지의 미국을 진정으로 돕고 결과적으로 부시를 위하는 국면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임을 명심하자.

표명렬/예비역 준장·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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