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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11.04(화) 19:24

경제불황? 생각부터 바꿔라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가 땅에 떨어졌다고 한다. 경기는 바닥을 헤매고 이라크 파병 등 문제가 산적한데 대통령은 재신임을 묻는 등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런가.

국내 경기가 침체한 건 사실이다. 주로 얼어붙은 내수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 경제가 ‘급박한 위기’를 맞았다거나 ‘벼랑 끝에 섰다’는 말은 지나치다. 최근 통계를 보면 9월의 생산·출하 모두 순조로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출성장은 눈부실 정도다. 우려할 것이 없다고 우기는 것이 아니라 벼랑 끝은 아니라는 얘기다.

10년 전에도 우리 경제의 앞날이 어둡다고 말들 많았지만 ‘애니콜’의 폭발적 인기를 예견한 사람은 없었다. LCD×PDP 모니터는 또 어떤가. 너댓 개만 살아남을 거라던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현대’라는 이름을 발견하게 될 줄이야.

일본의 보아 열풍이나 몽골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은 베이비 복스를 보라. 10대 마술사 이은결에게 돈을 대겠다는 재력가들이 줄을 선다고 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부산영화제는 또 어떤가. 희망이 없는 산업이나 기업을 붙들고 비관하는 것은 허망하다 못해 어리석은 일이다.

경기침체의 이유를 리더십 부재에서 찾는 사람들은 토론도 좋지만 결론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없던 습관이 하루아침에 생기기를 바랄까. 혼란스럽더라도 내버려둬야 새로운 문화가 자리잡을 것이다. 회사든 관청이든 높은 사람이 한마디 하면 뚝 끊기는 것이 우리의 토론 문화다.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의견 차이를 굳이 ‘국론 분열’로 부르는 언론이 존재하는 한 난투극 같은 토론은 계속돼야 한다. 박정희를 떠올리는 사람들은 명령과 복종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지 스스로 반성해볼 일이다. 이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을 야단치는 사람들은 설득의 미학(美學)을 배워봄이 어떨지.

사실 지금의 갈등은 당연한 면이 있다. 선진국에서 몇백년에 걸쳐 농축된 농경·산업·정보사회의 가치들이 우리의 경우 각기 생경한 채로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의 지은이 패트릭 렌치오니는 조직 내 갈등을 인정하고 부하의 도전을 두려워 말라고 충고한다. 21세기 문턱에서 ‘자율과 창의’의 시대를 열어야 하는 참여정부의 ‘탈(脫)권위’ 과정이 바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다.

노 대통령 측근 비리의 노정(露呈)은 탈권위의 단적인 예다. 과거 임기 후 아니면 임기가 끝날 무렵에나 드러났던 비리가 지금은 취임하기가 무섭게 터진 것을 두고 레임덕 운운하는 것은 얼마나 근시안적 판단인가.

이 문제가 왜 그리 중요한가. 국민소득 1만달러까지 오는 동안 우리는 안 먹고 안 쓰고 오직 만들어 파는 일에 매달렸다. 하지만 이제는 이 1만달러를 어떻게 불릴 것인가에 생각을 모아야 한다. 금융이 왜 중요한지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금융의 바탕은 신뢰요, 신뢰의 바탕은 도덕성이다. 참여정부가 도덕성에 집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도덕성 검증에 자유로울 우리의 젊은 세대는 자율과 창의에 익숙한 전문가들로 성장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희망일진대 지금의 혼란은 또 하나의 기회이자 도전일 뿐이다.

권성철/한국투신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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