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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10.28(화) 21:20

제주는 평화를 이야기한다


이달 30일부터 11월1일까지 제주도에서 ‘2003 제2회 제주평화포럼’이 열린다. 이 포럼은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여 번영의 가능성을 공동으로 모색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여 2001년에 ‘제주평화포럼’을 개최했을 때에도 내외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제2회 제주평화포럼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한반도를 위시한 동북아 지역에서의 평화를 저해하는 요소들에 대하여 진지한 성찰이 이뤄질 것이다. 또 북핵 위기가 지역안보를 뛰어넘어 국제사회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마당에 지역의 평화정착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구체적인 모색도 있을 것이다. 이 회의를 개최하는 제주도로서도 국제회의산업 도시로서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이 회의는 역내 평화가 전제되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에도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번 회의에도 우리나라 노무현 대통령을 필두로 미국의 전 페리 국방장관, 러시아의 전 프리마코프 총리 등 역대 정치가, 언론인, 경제인, 학자 등 세계적인 지도자들이 참여한다. 이번 회의를 통하여 세계 각 지역의 지도자들 간에 신뢰에 기초한 협력망을 구축할 수 있다면 앞으로 제주평화포럼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핵심적 협의체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사실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로 거듭나면서 평화를 말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나라 건국의 비사로 그동안 한국 현대사의 뒤안길에 묻혔던 ‘4·3사건’을 역사 앞에 드러내어 치유하지 않으면 안될 당면한 과제가 있었던 것이다. 며칠 전에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 4·3사건 위원회’가 확정한 보고서를 보면 희생자 신고건수가 무려 1만4028명에 이른다. 지금 진행중인 신고자와 신고할 후손이 없거나 외국에 거주하여 아직 소식을 접하지 못한 미신고자까지 합치면 몇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당시 제주도 전체 마을 수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300여 마을에서 2만여 호가 피해를 입었다. 4·3사건으로 그때까지 제주를 정신적으로 지탱해왔던 마을 단위의 공동체가 무참히 무너졌다. 많은 양민들이 재판 한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되었다. 너무나 엄청난 국가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래서 제주는 세계의 어느 지역보다도 당당히 평화를 말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절망의 끝은 희망의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제주섬은 이제 지난 50년의 세월 동안 제주사람의 마음속에 문신처럼 박힌 상처를 극복하고 잿더미 속에서 일어나 평화를 희구하고 있다. 그러한 소망을 반영하고 있는 개념이 ‘평화의 섬’ 구상이다. 제주평화의 섬 구상은 4·3의 아픈 상흔, 지정학적 위치, 천혜의 자연경관, 이미 구축한 세계적 수준의 관광 인프라를 기반으로 제주를 국제적 교류와 협력을 위한 외교적 공간으로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이미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12조) 제정을 통해서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 세계평화 관련 회의 및 국제기구의 유치, 남북교류 협력사업 등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한 바 있다.

제주에서 평화의 바람은 일고 있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제주평화의 섬 추진은 매우 부진하다. 이제 중앙정부는 ‘제2회 제주 평화포럼’을 계기로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해서, 제네바나 헤이그와 같은 국제적 교류와 협력을 위한 외교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평화의 섬 정책을 강력하게 지원해 나가야 한다.

고충석 제주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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