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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의 첨병' 김용갑 의원께/ 진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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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이메일] 이땅의 보수-우익은 죽었나?

  • 안보의 전선에서 분투하시는 김용갑 의원님, 먼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북괴'가 호시탐탐 적화의 기회만 노리고 있는 한반도에서 오늘도 제가 발뻗고 잘 수 있었던 것은 의원님 같은 투철한 반공투사가 우리를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툭하면 `위대하신 수령'을 욕되게 하는 못된 저는 인민군이 서울에 입성하면 그 날로 죽습니다. 인민재판, 얼마나 끔찍합니까? 그리하여 매일 잠자리에 들 때마다 자고 일어나면 밤새 혁명이 일어나 세상이 바뀌어 있는 게 아닐까, 불안감에 뒤척이다가도 의원님의 얼굴을 떠올리면 안심이 되어 비로소 잠들곤 한답니다. 저 같은 사람이 이 대한민국에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그러니까 1986년 추운 겨울날이었어요. 뿌옇게 먼동이 터오는 새벽에 저는 택시를 탔답니다. 뒤를 돌아보니 홀어머니가 끝까지 그 자리에 남아서 아들이 탄 택시가 멀어져 가는 것을 보고 계시더군요. 택시는 저를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 내려놓았지요. 거기서 버스로 갈아타고 네 시간을 달려 어느 황량한 시골에 내렸답니다. 사방 천지가 시뻘건 흙. 듣자 하니 논산이라고 합디다. 게딱지만한 이발소에 들어가 머리를 깎았습니다. 빡빡 깎았습니다. 머리칼이 떨어지자 눈물도 함께 떨어지려고 하더군요. 참았습니다. 이발소에서 나와 못생긴 대문 안 쪽으로 걸어 들어갔지요. 양 옆으로 군인 아저씨들이 도열해서 막 박수를 쳐줍디다. 환영한대요. 근데 뭔가 속는 느낌이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건물 뒤로 돌아서자마자, 군홧발이 날아오더군요. 나보고 “(군기가) 빠졌다”고 합디다.

    내무반에 들어갔지요. 군대생활한 지 50일밖에 안 된 놈이 꼴에 기간병이라고 막 때려요. 의원님. 사람이 말이죠, 매를 맞으면 기분 더럽습니다. 그러더니 사제 옷 벗으라고 합디다. 다 벗었어요. 국방색 군복으로 갈아입었지요. 의원님도 아시겠지만 대한민국 국군 패션, 그게 패션입니까? 그래도 입었어요. 왜?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서. 그럼 그 사제 옷은? 곱게 쌌지요. 누런 포장지로 싸서 끈으로 꽁꽁 묶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집 주소를 썼지요. 그럼 어머니가 받아보시겠지요? 아들 몸뚱이는 그 위험한 군대에 보내놓고, 껍데기만 달랑 받았을 때, 대한민국 어머니들 심정이 어떤지 아세요? 우리 어머니는 그거 받고 하루 종일 우셨대요. 통곡을 하셨대요.

    의원님, 제가 명색이 사회주의자입니다. 사회주의자에게는 말이죠. 조국 같은 거 없어요. 조국이 나한테 뭘 해줬는데요. 세금만 받아갔지. 저에게 말이죠, 국가란 부르주아의 이익조정위원회에 불과해요. 게다가 당시에 저는 지금보다 훨씬 더 과격했습니다. 그런 제가 군대를 갔어요. 왜? 대한민국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존중했기 때문이죠. 저도 대학원 붙었겠다, 그냥 6개월 장교 같은 거, 소풍 가는 기분으로 갔다 올 수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2년 6개월짜리 갔습니다. 왜? 사회주의자는 말이지요. 평등주의자예요. 노동자도 가고 농민도 가는 군대, 아니 노동자만 가고 농민만 가는 군대, 나도 그냥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안보의 첨병 김용갑 의원님. 그런데 일각에 해괴한 소문이 떠돌고 있대요. 마땅히 공수특전대 정도는 나왔어야 할 의원님의 자제분들께서 병역면제라나요?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이나라 안보주의자들은 참 이상해요. 가령 안보 팔아 장사하던 <조선일보> 사장님. 살이 너무 쪄서 안 갔대요. 안보란 안보는 혼자 지키는 듯 설레방 떠는 한나라당 총재님. 그 분의 자제분들은 너무 말라서 안 갔대요. 안보의 첨병 김 의원님. 댁의 자제분은 왜 안 갔대요? 몸무게가 너무너무 지나치게 정상이라서? 나는 이념을 배반해가면서까지 조국을 사랑했거늘, 이 놈의 조국은 이렇게 번번히 나를 배반해요. 의원님, 대한민국, 성질나서 못 살겠어요. 열 받는데, 해명해 주세요.

    진중권/<아웃사이더>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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