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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1.20(목) 18:54

학교에 불어닥친 비정규직 바람


산업계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50%를 넘었다고 하니 학교에 비정규직 강사가 들어오는 일이 새삼스러울 것 없을지도 모른다. 경기도교육청은 해마다 늘어나는 학교와 학생수에 맞춰 올해 중등교원 3386명에 대한 증원 요청을 교육부에 하였으나 필요 교원의 22%인 756명만 임시배정 받았다. 충족되지 못한 교사는 강사를 써야 할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규모에 따라 각 지역 교육청은 수십명에서 수백명에 이르는 교사를 비정규직 강사로 채워야 한다.

사실 학교에는 학부모님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비정규직으로 1년 단위 계약서를 쓰며 근무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우리 학교에도 학생들의 급식을 담당하는 영양사, 조리사, 도서관을 맡은 사서교사, 학생의 건강을 지켜주는 보건교사 등이 모두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제까지 강사는 출산이나 병가, 휴직으로 인한 경우 정원의 범위 안에서 학교와 계약을 체결하고 1년 이내의 근무를 하였다. 그러나 올해는 정원 외에 2700명이 넘는 비정규직 강사가 직접 교과를 지도할 목적으로 학교 현장에 투입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다.

지난 이야기지만 교사들이 노조를 만드는 것에 대해 당시 교육부를 비롯해 교육청 관료들은 교사가 노동자냐며 교직의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내세워 성직으로서의 교직을 강요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교육부와 교육청은 노동시장 내에서도 갈등관계가 첨예한 비정규직제를 학교 현장에 끌어들였다. 이러한 결정을 함에 있어 교육청은 교육 주체인 학부모, 학생, 교사 혹은 교육 관련 어느 단체와 논의하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아 앞으로 커다란 파장이 예상된다. 새 학기부터 수천명의 비정규직 강사가 학교에 투입되어 학교는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는 시장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학교에서는 강사에게 생활기록부와 같은 법정 장부를 맡길 수 없어 담임 배정이나 주요 업무분장을 배제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도 강사는 강사끼리 어울리게 되고 그들은 음으로 양으로 차별적인 피해의식 속에 놓이게 된다. 영악한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1년 혹은 수개월이면 자리를 뜨는 강사를 용하게 구분하여 그들의 지도를 탐탁하지 않게 여긴다든지 반항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실태를 안다면 어느 학부형이 강사가 자기 자녀의 담임이 되길 원하겠는가? 학교에 비정규직 강사가 이렇듯 불어나면 학교는 점차 지식을 헐값에 파는 3류 학원으로 전락할 것이며 자꾸 엷어가는 사제의 정을 찾기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교육부는 적정 예산을 배정하여 일선 학교가 최소한 법에 따른 교사 정원을 확보하여 교육과정을 무리 없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지역·학교별 교육환경 불균형을 막아 학생들이 차별 없이 학습 받을 권리를 지켜 주어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 강사의 확산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며 가뜩이나 질 높은 인재를 확보하지 못하는 교육계의 내일을 더욱 어둡게 한다. 더디고 힘들더라도 공교육에 정성을 들이면 그 혜택이 많은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교육의 질은 교육 환경과 깊은 연관을 맺는다. 학생과 학부모가 신뢰하는 교육의 물적 환경 조성과 안정적 교사 확보를 통하여 양질의 교육 성과를 기대할 일이다.

이승곤/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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