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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1.16(일) 17:31

교육부총리 발탁의 조건


참여정부는 출범 2년이 채 안됐는데도 벌써 네 번째 교육부총리를 바꿔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교육부총리는 내 임기와 같이 가야 한다”고 말한 노 대통령의 국가교육정책 중시 발언을 무색하게 한다.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읽힌다.

새로운 교육부총리는 참여정부의 지난 2년 동안의 정책적 실책에 따른 국민적 실망을 뛰어넘는 교육적 비전을 열어갈 사람이 맡아야 한다. 이와 함께 반드시 지켜져야 할 사항은 국가교육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우리는 교육부 수장이 바뀌면 정책과 제도까지 덩달아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그 폐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 우리도 국가교육 정책의 안정적·장기적 집행이 가능한 시대에 이르렀다. 교육부 수장은 기존의 교육정책이나 제도의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정책을 두려움 없이 밀고나가는 추진력을 보여줘야 한다. 미국의 로드 페이지 교육부 장관은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4년에 걸쳐 재직하고 있다. 그의 장수비결은 부시 대통령을 대신해 강력하게 교육정책을 수행한 점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영국의 루스 켈리, 독일의 에드가드 불만 장관은 모두 집권당 국회의원으로서 오랫동안 교육정책 수립에 관여해 전문성을 쌓아온 사람들이다. 이 나라들에선 장관의 교체와 상관없이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오고 있다.

새 교육부총리는 교육개혁에 대한 기존 기득권 세력의 각종 저항에 맞서 당당히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소신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준 높은 전문성과, 교육현실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과 분석을 통해 현실적 대안을 뿌리내리게 하는 업무수행 능력을 갖춰야 한다. 새 교육부총리의 경우, 경력도 중요하지만 업적과 지도력에 대한 공개적인 검증이 그래서 필요하다.

교육부총리는 확고한 공동체적 비전과 교육철학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경쟁력 강화가 필수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대학의 경쟁력은 더욱 중요하다. 새로운 교육부총리가 개혁을 통해 대학을 바꾸려면, 합리적인 가치판단과 미래에 대한 목표를 제시해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대학 개혁 추진 과정에서는 법인과 대학관계자들의 저항도 예상된다. 기존의 잘못된 구조 속에서 대학 구성원들이 누리는 기득권을 포기하는 방식의 개혁을 해야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새 교육부총리는 합리적 설득과 새로운 비전 제시는 물론, 과감하게 정책을 밀고가는 뚝심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을 해당지역과 그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교육자치의 정신을 살리는 개혁에 나서야 한다. 우리 교육의 문제는 중앙집권형 교육체제 때문에 일어나는 사례도 많다. 이는 지방분권적 교육자치를 확대함으로써 비켜갈 수 있다. 중앙집권형 교육체제에서는 중앙 정부가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일어나면 책임도 크다. 실제로 교육부가 전국 16개 시도의 1만여개 교육기관을 관장하고, 수많은 교육문제에 대처한다는 것은 지방분권을 지향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예 불가능하다. 기초단위 교육자치를 기반으로 하여 지역사회와 학교의 특성에 걸맞는 교육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학부모와 교사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있다. 근본적으로 학생교육은 지역사회 중심의 활동이다. 영국과 독일은 지역교육청과 단위 학교가 협력하여 권한을 배분하고 책임을 공유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우리처럼 중앙집권적 체제에서는 교육부총리가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는 사건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의 국정목표 가운데 하나인 지방자치시대의 진정한 개막은 교육자치와 함께 갈 때에 성공을 거둘 수 있다.

한만길/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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