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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2.13(월) 19:37

도서추천 실명제를 권한다


독서지도의 중요성을 새삼 말할 필요가 있을까. 문제는 효과적인 독서지도인데, 선생님들의 부단한 정성과 노고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듯하다. 필자는 고등학교에 근무하면서 이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라 여기에 하나의 대안을 제시해 본다.

먼저 오늘날 학교 현장에서 독서지도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새 학년도가 되면 학년별로 필독도서 및 권장도서의 목록이 제시된다. 이때 각 도서들은 대개 서지사항만 제시될 뿐 어떠한 필연성이나 교과목과의 연계성, 독서할 때의 주의·참고사항이 안내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학생들은 도서목록을 받고 한달에 몇 편씩 담임선생님이나 국어 선생님에게 독후감을 제출하도록 지시받는다. 학생들은 이제 ‘예년에 하던 대로’ 만만하게 보이는 책을 읽고, 또는 적당히 정보를 찾아 독후감을 제출한다. 자, 이제 독후감을 점검하시는 선생님은 어떠하신가? 무엇보다 학생이 과연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했는지, 어디서 보고 적당히 짜깁기했는지 의심스럽지만 확인하기에는 여력이 없다. 도서목록의 모든 책을 한 선생님이 다 읽고 숙지했다고 볼 수 있겠는가? 제출된 독후감을 서열화해 수행평가에도 반영하고 학교에 따라 교내에서 시상하는 경우도 있지만 참말 찜찜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여기 제시되는 ‘도서추천 실명제’는 어느 한 선생님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도서 한권을 실명으로 추천·안내하며, 아울러 평가까지 책임을 지는 시스템을 말한다.

어느 학교에 교사가 40명이 있다 하자. 각 선생님은 ‘선생님의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가장 적절한 책을 한권 선정하여 학교의 ‘독서교육 위원회’에 제출한다. 이때 서지사항-예를 들어 사마천의 〈사기〉 같으면 까치출판사의 〈사기열전〉 상권 하는 식으로 구체적이어야 하겠다-은 물론 선정 이유, 독서 대상 학생(학년을 떠나 초급, 중급, 고급 하는 식의), 그 외의 참고사항 등이 기록되어야 한다. 한편 위원회에서는 수합된 40여 권의 추천도서 중에서 어떤 책을 필독도서로 삼고 어떤 책은 권장도서로 제시할지, 혹 어느 분야의 도서가 너무 적으면 선생님과 조율하여 그 분야의 어떤 도서를 추가할지 지혜를 모은다. 물론 위원회에서 이러저러한 책이 주로 권장도서로서 주목받고 있다고 미리 참고자료를 줄 수 있다. 이점, 해가 거듭되면 거의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필독도서와 권장도서가 결정이 되면 학생들에게 안내문이 나간다. 여기에는 추천 선생님의 이름, 서지사항, 선정이유, 독서 대상 학생에 더하여 교과목과의 관련성 그리고 평가 방법 등이 기록되어야 한다.

독서의 평가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데, 물론 해당 도서를 추천한 선생님이 맡는다. 즉 학생들은 도서별로 추천한 그 선생님께 독서 평가를 받는 것이다. 평가 방법은 선생님에 따라 참말로 다채로울 수 있을 것이다. 학교 홈페이지를 이용하여 그 책의 잘 된 독후감과 잘못 된 독후감을 소개함으로써 한편으로는 표절을 막고 한편으로는 생각할 거리를 제공할 수도 있겠다. 반드시 독후감만으로 평가하는가? 면담에 의한 평가도 있을 터이고 그룹미팅에 의한 평가도 충분히 가능하며 지필에 의한 평가, 어떤 경우에는 책에 직접 의문점이나 자기의 생각을 기록한 것을 확인할 수도 있고 혹은 이 모든 것을 포함한 인증 절차를 거칠 수도 있다. 선생님 한 개인으로서는 가장 자신 있는 책 한권에 대한 평가이므로 표절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나아가 그 책의 지식을 심화·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자연스럽게 제시할 수 있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 갈등을 겪는 독서교육의 어려움을 생각할 때 위와 같은 패러다임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고, 이를 발전시키면 2008학년도부터 실시된다고 하는 독서 인증제도에도 접근의 실마리가 보인다 하겠다.

윤만중/

광양제철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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