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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2.07(화) 08:22

서울대학교 총동창회장의 두 얼굴


요즈음 청주에서는 충청일보 사주인 임아무개씨를 둘러싸고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 분은 또한 서울대 총동창회 회장이기도 하다.

지난 9월22일 신문파업을 단행한 노조에 대하여 사측은 10월14일 직장폐쇄와 신문제작의 중단결정으로 맞섰고, 11월10일 마침내 법인청산을 결의함과 동시에 일주일 뒤 114명의 직원을 정리해고 하기에 이르렀다. ‘사주’가 법적 절차를 강행할 경우, 58년 역사의 이 신문사는 직원과 그 가족의 절규와 지각 있는 도민의 분노 속에 종언을 고할 판이다.

1950년대 ‘이승만 견(犬)통령’ 사건으로 한때 폐간을 당했던 이 신문이 이번엔 스스로 폐간을 향해 마지막 숨고르기를 하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며칠 전 찾아간 노조사무실, 청주시 노른자 땅 1400평(평당 시가 700만원) 위에 세워진 삼층의 낡은 사옥 정면에는 ‘정상경영회피 임아무개는 각성하라’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때쯤이면 아침신문 만들기로 새벽의 활어시장처럼 시끌벅적거려야 할 사옥 전체가 깊은 침묵 속에 묻혀 있었다. 그 한쪽 귀퉁이에 노조사무실만이 처절하게 붐비고 있었다. 고비 때마다 사표를 내던지고 뛰쳐나갔던 동료 기자들에게 “끝까지 남아서 지켜보겠어”하고 다짐했던 문종극 노조위원장과 간부들의 얘기, 그리고 이곳 신문·방송매체들의 보도 내용을 요약해 보면, 파업발단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측의 파행적인 인사와 최저생계비에 밑도는 저임금. 둘째 옛안기부간부·지방경찰청장·지방자치단체장의 사장 연쇄임명. 셋째 사주의 지속된 배신. 관심의 초점은 단연 네번째이다. 1990년 임회장이 충청일보를 인수할 당시 직원들을 설득한 것은 신문사의 위상제고와 직원의 처우개선이었다. 그러나 현재 신문사는 건물과 부지는 모두 빼앗긴 데다 월 2000만원을 임회장의 모기업에 내는 쪽박신세로 전락했고 직원의 처우는 ‘하꼬방’ 신세로 몰락하고 말았다.

얼마 전에 우연히 들춰본 최근 대학교 동창회보의 사진 한장. 동문들의 가을등산 모임 때 경품으로 내어놓은 빨간 승용차와 그 옆에서 파안대소 하는 노신사. 그리고 하는 말씀, “평생 좋은 친구인 산을 오르니 얼굴도 마음도 맑아진다.” 이럴 즈음 노조원들은 신문을 살리려고 국회에서, 그의 서울 회사 앞에서, 청주거리에서 지쳐가고 있었다.

어느 신문에서 본 또 하나의 미담 한토막이 떠오른다. 서울대학교의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5억원을 쾌척했다는 보도. 틀림없이 이 사실을 대서특필했을 당시 충청일보 노조원들의 비웃음띤 허탈감이 눈에 선하다.

어느 학자는 서울대학교가 권력 그 자체라고 단언한다. 해서 서울대학교 해체론이 용출하는 것일까. 이를 두고 조직화된 질시의 극단논리라고 일갈하는 어느 동문의 반응에 허탈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런 대학교 총동문회장 자리는 정말 인격자를 모셔야 하지 않을까. 상식선에서 쉽사리 추정컨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장의 자격요건은 교양에다 권력이나 재력을 겸비한 노 덕망가여야 할 터. 그러나 이 자격에 미달되는 분이 우리나라 최고급의 명예직을 별 탈 없이 수행하는 이 ‘비상식의 상식화’ 현상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상식화에 중독되어버린 동문들의 무감각이 더 큰 슬픔을 자아낸다. 어디 여기뿐이랴. 우리 사회 구석구석마다 만연된 이 비상식이 상식화된 현상에 역사의 비수가 꽂히는 날, 우리나라 민주화의 세련도는 진일보하리라. 김정기/서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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