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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1.30(일) 19:46

젊은 아들보다 빠른 늙은아비?


이제 본격적으로 육체가 저물기 시작하는 50대 아버지가, 한창 물 오른 10대 아들보다 체력이 더 좋다고 한다. 국민 6천명을 조사한 결과다. 아버지는 운동을 했으나, 늘 암기공부에 치인 데다, 컴퓨터와 노는 아들은 체력증진을 못한 탓이다. 어쨌든 늙어가는 아버지보다 생기발랄한 아들의 체력이 뒤진다는 사실은 공동체의 삶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알리는 신호임이 분명하다. 무슨 부조리극도 아닌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그 10대들이 잘 쓰는 엽기라는 말이 떠오른다.

더 큰 문제는 사태의 심각함을 보지 못하는 사회적 불감증에 있다. 교육부나 시도 교육청은 이처럼 비상사태가 발생했는데도 뒷짐만 지고 있다. 이러니 일선학교는 더 말해 무엇할까. 정부의 정책이 나올 때면 거의 실시간으로 논평을 하던 교육엔지오들마저도 웬지 이 문제엔 자제력을 보이고 있다.

머리를 써 배우는 것보다 몸을 던져 익히는 배움이 가치가 덜하다고 봐 온 잘못된 관습 탓이 크다. 지속적으로 강화해온 입시제도가 이런 현상의 고착화를 뒷받침했다. 그러다보니 실종된 학교체육과 청소년 체력저하, 강인한 육체활동을 통한 시민 재생산과 같은 문제가 국가의 주요 교육의제에서 늘 빠진 채 시행돼 왔다. 당연히 입시 위주의 학교교육만 있었을뿐, 청소년들의 체력과 문화·예술적 감수성을 키우는 인성교육은 외면해 왔다. 최근 들어 인성교육이 강화되는 양상이나, 치열한 경쟁을 뼈대로 하는 입시정책이 변화되지 않는 한 그 성과는 한계가 분명할 수밖에 없다.

특히 청소년들의 자유로운 육체활동을 뒷받침 하는 정책은 시간과 공간 두 측면에서 거듭 뒤로가고 있는 중이다. 일선학교의 주당 체육수업 시간이 줄고 있다. 중고교 체육시간은 20여년 전에 비해 삼분의 일 수준으로 떨어졌다. 80년대 중반만 해도 주당 체육수업은 2~4시간이었다. 지금은 1~2시간이 고작이다. 중3, 고3 학생들은 진학준비 때문에 이마저 포기하는 학교가 수두룩하다.

94년엔 체력장제도마저 없앴다. 의무적이나마 달리고, 뛰고, 던지고, 매달리던 체육활동이 사라졌다. 체육의 내신비중도 크게 줄었다. 한때 체육과목 내신점수는 국어와 영어에 이어 수학과 비슷했다. 청소년들을 육체활동에 참여시키는 강력한 동기로 작용했다. 여기에다 도시 학교의 운동장은 날로 줄어들고 있다.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과밀지역 초·중등학교의 경우 운동장을 파서 교실을 짓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체육활동엔 높은 정신적 가치가 배어난다. 자신의 몸을 즐겁게 내 던짐으로써 끊임없이 다가오는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게 체육활동이다. 단 한번도 같은 상황이 연출되지 않는 수많은 체험을 통해 배려, 희생, 양보, 인정, 승복과 같은 미덕을 평등한 규율 아래서 내면화한다. 원천적으로 기회가 박탈된 우리 청소년들에게 이런 얘기는 다른 나라의 것일 뿐이다. 청소년기의 육체활동은 뼈나 근육뿐만 아니라 그 영혼도 함께 튼실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늦었지만 정부는 체육활동의 교육적 가치를 학교현장에서 살려내는 정책적 대안을 내놔야 한다. 지금처럼 있으나마나 한 체육수업이 지속된다면 얼마 안가 “60대 노인이 10대 청소년보다 체력이 좋다”는 웃지 못할 뉴스가 안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우선 체육시간을 늘려야 한다. 최소한 일주일에 3시간 가량은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하되, 다양한 활동을 원하는 청소년을 위해 시설과 기구, 외부지도자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 체력장 제도를 부활해도 된다. 대신 교과수업 부담을 줄여 청소년들이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장기적으론 구조적 변화를 꾀하는 일이지만, 지금은 학교수업 시간 축소와 억지로 하는 보충·과외수업을 폐지하는 일이 급선무다. 교육부를 비롯한 각 시도교육위원회의 참신한 발상을 기대한다. 고광헌 편집부국장 kkk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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