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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1.16(일) 17:27

교육현실과 새 교육부총리


올해 벽두 언론을 장식한 한국 교육 관련 삽화 세 토막.

1. 교육부총리로 임명된 전 서울대학교 총장, 아들의 명문대학 편법입학 의혹 제기로 임명 사흘 만에 자진 사퇴.

2. <워싱턴포스트>, 한국 교육 현실이 빚어낸 희비극인 기러기아빠 심층보도.

3. 서울대, 전세계 유수의 대학은 물론 미국 대학들까지 제치고 버클리대학에 이어 미국 박사 배출 대학 2위에 등극.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도 외국대학 중 5위, 8위, 18위 차지하는 등 기염.

이 세 가지 삽화 속에서 우리는 한국교육의 일그러진 자화상, 즉 “세계 제일의 인터넷 사용국에서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왕조시대 같은 교육제도”(미국 <워싱턴포스트> 보도)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신문은 과거 과거제도가 그랬듯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취업이나, 사회적 지위는 물론 심지어 결혼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의 한국의 교육제도가 왕조시대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고 쓰고 있다.

이런 주장은 일부 과장에도 불구하고 상당부분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을 담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대학은 1등부터 꼴찌까지 철저하게 서열이 매겨져 있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어떻게 해서든 이 서열의 앞자리를 차지하는 대학에 들어가야 미래가 보장된다고 여긴다. 그러니 학부모들은 자식들이 이 무한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게 마련이다. 사교육비 등 경제적 자본은 물론이고, 사회적 문화적 자본도 예외가 아니다.

이기준 전 부총리도, 기러기아빠도 그런 점에서 다를 바 없다. 이기준씨는 자신의 아들에게 미국 국적이란 남다른 무기를 줌으로써 남들이 피튀기게 싸우는 입시전장을 우회해서 명문 연세대에 안착할 수 있게 했다. 이런 종류의 남다른 무기를 제공할 수 없는 아버지들은 엄청난 과외비를 부담하든가, 아니면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가족 해체의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아내와 자식을 외국으로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살인적 입시경쟁을 뚫고 들어온 대학은 어떤가? 대학입시에 온 정력을 소진한 학생들은 정작 자신들의 일생이 걸려 있는 공부에는 흥미를 잃은 채 적당주의에 몸을 싣는다. 입사시험에 필요한 학점 관리에는 열심이지만, 이른바 ‘빡센 강의’는 기피한다. 러플린 카이스트 총장이 한국 학생들은 너무나 순응주의적이어서 무서울 정도로 달라붙는 공격성이 없다고 개탄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학생들의 적당주의는 교수들의 ‘공모’ 없이는 불가능하다. 교수들은 과제를 많이 내고 철저하게 수업을 진행할수록 수강 학생들이 줄어들고 해당 과목은 폐강 위기로 몰리니 교수로서도 어찌 해볼 수 없다며 적당주의와 타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댄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의 대학은 그 스스로 제대로 된 학자를 길러내는 구실을 포기하고 외국 대학에 석·박사 과정생을 충원해주는 일에 자족하고 만다. 한국 제일의 명문이라는 서울대가 세계 100위권 대학에도 진입하지 못한 채 미국 박사를 두 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학교가 되는 영광(?)을 차지한 것은 그 결과물인 셈이다. 그것이 다시 한국 지식사회의 지나친 대미종속, 대외종속이란 부정적 파생물을 낳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이렇게 볼 때 한국 교육문제의 핵심은 전근대적 대학서열구조를 온존시키는 사회문화에 있다 할 것이다. 이런 사회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고는 한국 교육의 악순환 고리는 깨지기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은 새 교육부총리로 대학개혁의 적임자를 물색하겠다고 말했다. 중등교육의 개혁은 어느 정도 이뤄 놓았으니 이제는 대학개혁에 매진할 때라는 언급도 슬쩍 얹혀졌다. 그러나 이런 발상은 현실에 대한 오독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대학개혁을 결코 초중등교육과 별도로 진행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새 부총리는 한국에서 교육개혁의 알파와 오메가는 대학 서열에 따른 학벌주의의 해체라는 인식과 그를 실천할 비전을 갖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권태선 편집부국장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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