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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8.01(일) 15:35

서울시교육청 뒤로 갈건가?


서울시 교육청이 뒤로 갈 참이다. 공정택 교육감 당선자가 거꾸로 달리는 교육열차의 기관사임을 자임하고 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중간·기말고사를 치르게 해 석차를 내는 방법으로 학력을 올리겠단다. 시험성적으로 줄을 세우는 평가방식을 유물로 만든 지 8년째. 새 교육감이 이를 무덤에서 살려내겠다고 앞장선 형국이다. 미래에 거주해야 할 어린이들의 가능성이 시대착오적 일렬종대의 줄에 꿰일 판이다.

그는 학교선택권의 다양화 차원에서 자립형 사립고를 세우고, 특수목적고도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학교에 0교시 선택권까지 맡기면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들의 고행은 더할 게 뻔하다. “밤 10시 이후 학원수강 단속을 지양하겠다”고도 했다. 새벽 2시가 되든 4시가 되든, 학생의 영혼과 육체가 망가지든 말든 상관없다는 말과 다름없다. 학원의 이런 역할을 그는 ‘공교육의 보완’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는 겨우 뿌리내려 가는 우리 공교육 체계를 뒤흔드는 천박한 시장주의적 접근이다. 경쟁체제로는 국민의 다양한 교육적 요구를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야 한다. 새 교육감의 정책들이 국가 교육정책과도 상반되는 것이어서 당혹스럽다.

교육부는 얼마 전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오전엔 학과수업, 오후에는 인성·특기적성교육을 하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학과공부는 줄이되, 개개인의 소질과 특성을 개발하는 쪽으로 초등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말이다. 이 역시 경쟁을 제도화하려는 새 교육감의 정책과 맞지 않는다.

새 교육감이 내놓은 정책은 기존의 서울시 교육정책과도 크게 다르다. 1997년 이후 서울시 교육은 조금씩 변화를 받아들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참여를 유도해 그들을 교육의 주체로 세우려고 노력했다. 때로 교육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특기적성교육과 같은 제도를 재빨리 수용하는 데 앞장섰다. 수우미양가로 나누는 서열평가를 없애 어린이들을 시험과 성적의 중압감에서 해방시켰다.

최근엔 ‘차려’ ‘경례’와 같은 군대식 제식용어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일제 군국주의교육에 뿌리를 둔 것으로, 독재권력이 지배하던 시절 국가가 청소년들의 육체와 영혼까지 통제하려 한 반교육의 상징이었는데, 시교육청이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버렸다.

새 교육감은 자신의 정책이 기존 교육의 보완적 구실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한다. 자율적인 인성·특기적성교육의 성과에다, 경쟁적 요소를 더한 시험으로 학력을 끌어올려 두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이다. 충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자율과 경쟁이 공존하는 학교교육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국가 차원의 인프라는 물론, 경쟁을 교육의 최대 가치로 잘못 알아온 행정관료와 학교장, 학부모 등의 인식수준이 자율과 경쟁이라는 이질적 가치의 공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도 경쟁주의적 교육관이 지배하고 있다. 정치·사회적 영향력이 큰 집단이나 개인일수록 더 선호한다. 이들은 아직도 국가나 교장, 교육행정가와 같은 공급자 중심의 교육에 매혹되어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학부모들도 시험을 통한 경쟁제도가 살아 있는 한 상생보다는 경쟁의 포로가 될 수밖에 없다. 한 줄로 세운 자녀의 성적표가 교육의 다양한 가치들을 수용하려는 이상주의적 시각을 꺾어 버릴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은 이처럼 경쟁을 강조하는 순간 내성을 잃고 시험의 포로가 될 수밖에 없는 허약체질이다. 신임 교육감의 정책전환 역시 자칫 어린이들을 ‘내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학교와 사교육시장으로 내모는 끔찍한 일이 될 수 있다. 공정택 교육감 당선자의 깊은 교육적 성찰을 기대한다. kkk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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