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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4.11(일) 18:32

무조건 따르라고?


와이에스 이전에 총리를 지낸 인사들이 헌정 질서를 지키라고 국민들한테 호소했다. “불법을 당연시한다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불복하는 사태가 났을 경우 어떻게 나무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국회의장도, 야당 대표도 헌재가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든 그렇지 않든 무조건 그 결정을 따르자고 약속하자고 했다. 탄핵 반대여론이 비등할 때 쿠데타나 헌정 중단이 아니니까 참으라는 것과 맥락이 비슷하다.

이런 호소나 제안은 암암리 상정하는 것이 있다. 혹시나 헌재가 국회의 탄핵소추를 받아들일 경우 ‘폭동’이나 이에 버금가는 국가적 혼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헌재 결정에 대한 상반된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들의 얘기가 꼭 국가 미래를 걱정해서만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다. 한쪽은 헌재의 판단을 “전적으로 존중하겠다”고 나서고 다른쪽은 그런 말을 선뜻 하지 못한다. 총리들의 호소는 다른쪽으로 하여금 빨리 그렇게 말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아무도 헌재의 판단을 따르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내 기억으로 여당 대표는 헌재가 탄핵을 결정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상상하지 않았다’고 했다. 헌재의 결정은 최고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고 있어, 설사 탄핵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이를 거부하는 상황을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했을 때 그 결정은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지만, 또다른 측면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의 판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민들은 헌재가 탄핵을 결정한다 하더라도 그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고 따를 것이다. 그리고 다음 대통령을 뽑을 것이다. 전직 총리들이 걱정하는 헌정 중단 같은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다. 한편으로 국민들은 그 결정이 올바른 결정이 아니라면 따르지 않을 것이다. 사법적 결정으로서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만 그 외의 어떤 기준으로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1987년 헌법이 만든 울타리는 우리 헌법사를 볼 때 매우 오래 지속되고 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왜 헌재가 최종적으로 대통령 탄핵을 심판해야 하는지, 대통령과 국회가 제대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지, 청와대 권력과 국회의 권력을 근본적으로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고민한다. 헌법이라는 국가제도의 근본구조가 갖는 정당성은 이미 적잖이 상대화됐다. 노엄 촘스키는 “국민을 순종적으로 만들어가는 최적의 방법은 테두리를 엄격히 설정해 그 안에서는 활발한 토론을 허락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은 자유로운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토론에 주어진 한계에 의해 기존 시스템은 더욱 공고해진다고 했다. 탄핵안 통과는 국민들한테 새삼 이 울타리의 존재를 알렸다. 70%의 국민들은, 말하자면 오랫만에 울타리를 한번 흔들어본 것이다.

대통령 탄핵소추는 총선을 염두에 둔 정파 연합의 권력게임이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는 탄핵이라는 정치적 게임을 현재의 법적 테두리에 갇혀 판단할 수만은 없다. 법적 판단에 오로지 한다는 헌재도 탄핵의 정치적 성격을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헌재가 법적 정치적으로 얽힌 탄핵을 법적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한, 그 결과도 법적인 잣대에 의해서만 판단될 수는 없다. 국민들은 헌재가 온당한 결정을 내릴 때에만 전적으로 이를 수용할 것이다.

탄핵소추 행위에 대해 이미 국민들한테 사과한 야당 연합이 헌재 결정을 마냥 지켜보고 무조건 따르자고 하는 것이 ‘뜻밖의 결정’에 대해 미련을 떨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국회의 권능이 뿌리채 뽑히고 야당을 크게 고생하게 만든 과오를 헌재가 되풀이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헌재의 권위가 도마에 오르고 그 존재의미까지 의심받는 사태가 오는 것은 정말 ‘상상하기 어렵다.’ 정치권은 미련한 게임을 그만하고 대통령 탄핵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라.

이홍동hdlee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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