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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2.01(일) 18:27

누가 평준화 제도를 흔드는가?


최근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이 발표한 ‘누가 서울대를 들어오는가’라는 연구결과는 한국 사회에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970년대 이후 서울대 사회대에 입학한 학생들의 인적 정보를 분석한 이 연구는 “저소득층 학생의 입학 가능성을 높이고자 도입된 평준화와 쉬운 시험이 반대의 결과를 초래했고, 이는 평준화 때문에 우수 학생을 차별적으로 교육할 수 없어서 사교육을 받지 못한 저소득층 학생의 일류대 진학이 어렵게 된 까닭”이라고 결론을 맺었다.

이런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기득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일부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평준화가 학력 세습을 불러온 원흉이라며 폐지론을 밀어붙일 호기를 만난 듯이 아우성을 쳤다. 이에 대해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더이상 평준화 정책을 흔들지 말라고 경고했고,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연 세미나에서도 과학을 가장한 궤변이라는 주장을 위시한 다양한 비판이 줄을 이었고 신문지상에서도 통계분석의 기본도 무시한 연구라는 가혹한 비판에서부터 이참에 평준화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지지 글까지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연구진들로서는 이런 비판들 가운데 상당수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실증적 자료를 바탕으로 한 연구가 부족했던 터에 지난 34년간 사회대 입학생의 인적 정보를 최대한 집적해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지표가 계속 상승해왔고 지역적 불균형이 심각함을 확인한 것은 의미있는 작업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의미있는 작업을 왜 무리하게 평준화와 연결시켜 결론을 맺었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발표논문을 보면 평준화의 유의미한 성과로 판단이 가능한 지표는 애써 무시됐음을 알 수 있다. 한가지만 예를 들어 보자. 연구자들은 비평준화 시절인 70년대 60%에 이르던 서울지역 출신의 비중이 82년 이후 40% 수준에서 안정됐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것이 평준화에 입각한 교육정책의 성과라기보다는 기타 광역시의 상대적인 위상 증가 덕분이라고 해석했다. 그렇지만 평준화 이전인 70년대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위에 언급한 광역시에도 100여명 이상의 서울대 합격자를 내는 이른 바 명문고들이 존재했다. 그런데도 이 연구에선 이런 부분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물론 왜 광역시의 위상 증가가 평준화 변수보다 서울 출신 비중 감소와 더 상관 있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연구가 서울대의 공식 입장과 관계없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이 평준화 폐지론자인 정운찬 총장의 코드에 맞추기 위해 무리한 결론을 이끌어낸 게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연구의 기초자료가 지닌 여러 한계를 고려할 때 통계분석의 결과가 엄밀한 의미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갖는다고 주장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고백하면서까지 문제가 많은 연구결과를 언론에 대서특필되도록 공표한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교육부의 한 관리는 전면 실시 중인 중학교 평준화는 놔두고, 전면 실시도 안 된 고교 평준화에 대해서만 폐지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그것이 우리 사회 기득계층의 이해관계와 배치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지표 2002에는 한국이 부모 소득 격차에 따른 학생 성적 격차와 상하위권 학생의 성적 격차가 가장 적은 나라 가운데 속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교육부는 이런 결과가 현재의 평준화 제도가 교육에서의 불평등 구조를 어느 정도나마 완화해 주는 기제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 이번 연구에서 평준화가 저소득층 출신의 서울대 입학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지만, 가계소득 300만원 미만인 집단에선 70% 이상이 평준화 유지에 찬성하는 반면 5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에서는 찬성률이 50%대에 머문다는 조사결과도 있듯이 평준화를 누가 불편하게 여기는지는 자명하다.

이런 사실을 몰라서 학력 세습이 평준화 탓이라는 결론을 냈다면 연구자들의 불성실을 탓할 수밖에 없고, 알면서도 했다면 불순한 의도에 대한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권태선 편집부국장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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