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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1.31(월) 19:32

마무드 아바스 취임 이후


마무드 아바스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으로 당선된 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평화적 분쟁해결과 중동평화 일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에선 아바스 수반이 평화를 일궈갈 수 있으며, 이를 위한 협상에서 진정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아 보인다. 이는 아바스 수반이 그동안 협상이야말로 평화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해 온 때문이다. 아바스 수반은 또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저항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해를 끼칠 뿐이라는 생각을 해 왔다.

아바스 수반은 오랫동안 팔레스타인엔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빼고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해 왔다. 설령 평화협상이 실패하더라도, 팔레스타인으로선 계속해서 협상을 시도하고 또 시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국제무대는 물론 중동에서 지금과 같은 형태로 ‘힘의 균형’이 유지되는 한 팔레스타인으로선 대화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다.

그는 팔레스타인 저항단체들이 무장투쟁을 통해 이스라엘에 작은 상처를 줄 수는 있겠지만, 이스라엘의 보복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은 더 막대한 고통을 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협상을 통한다면 팔레스타인인들은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지만, 무장저항을 통해선 잃을 것이 더 많다는 게 아바스의 판단이다. 이런 논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줄기차게 강조하는 것과 정확히 맥을 같이 한다. 미국과 이스라엘 쪽에서 아바스 수반을 가리켜 자기 국민들에게 뭔가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온건파’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바스 수반은 정말 자신이 강조해 온 평화를 달성해낼 수 있을까?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저항단체 양쪽에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팔레스타인 저항단체는 무장투쟁이야말로 이스라엘의 점령을 끝내고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하고도 효과적인 노선이라고 믿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협상에 나서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것이다. 저항의 총을 내려놓는 바로 그 순간 팔레스타인인들은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고 그들은 경고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슬람 조직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팔레스타인 테러단체’와의 전쟁이 협상으로 가는 출발점임을 분명히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정치 지도자가 이스라엘의 협상 파트너로 인정받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들 무장조직을 해산하고 이른바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하는 집단’을 처단해야 한다. 그가 이런 일을 이뤄내지 못하면 이스라엘은 고통받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도록 하는 데 협력하지 않을 것이다.

아바스 수반은 이스라엘과 저항단체 양쪽의 주장과 논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그가 맞서야 할 더 어려운 장애물은 팔레스타인 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전반적으로 무장저항을 지지하고 있다. 저항단체들도 무기를 내려놓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아바스 수반이 이스라엘 쪽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는 시도를 한다면, 이는 내부 투쟁이나 극단적인 긴장으로 가는 문을 여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아바스 수반을 배출한 파타운동에 딸린 알아크사 여단까지도 그에 맞서 싸우려 들 것이다. 이미 자신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선언한 이슬람 조직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 생전에 팔레스타인 보안조직을 11개에서 3개 정도로 감축해 저항조직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라고 제안한 바 있다. 아바스 수반은 총리 시절 이를 실행에 옮기려다, 보안조직 장악력 상실을 우려한 아라파트 수반의 거부로 무위에 그쳤다. 그가 자치정부 수반에 오른 뒤 이스라엘은 안보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계속해서 환기시키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옥죄는 생활환경을 바꿈으로써 아바스 수반이 저항단체를 단속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일상적인 이동조차 고통스럽게 만드는 검문소를 제거하고, 수백명에 이르는 장기수를 풀어주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이스라엘 공장의 취업문을 열어준다면 아바스 수반은 여론을 자기편으로 이끌어 낼 수도 있다. 이스라엘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이와 같은 혜택을 무장저항이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주장이 가능한 것이다. 극심한 경제·사회적 어려움에 처한 수많은 팔레스타인 주민 상당수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일부 제한적인 양보는 할 수 있을 테지만, 큰 정책변화를 내놓지는 못할 것이다. 이에 따라 아바스 수반도 저항단체를 겨냥한 어떤 조처도 정당화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이 일부 재정지원을 할 수는 있을 테지만, 이런 움직임이 이스라엘 쪽의 양보나 지원을 상쇄하지는 못할 것이다.

팔레스타인 땅에 쉽게 평화가 찾아올 거라 기대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획기적인 변화나 새로운 상황 진전이 곧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소득 없는 외교전과 핏빛 공방만 이어질 것이다.

사타르 카셈/ 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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