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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2.27(월) 21:46

민의를 선의로 대하라


‘한위안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난 미국에 있었다. 당시 해외의 중국 동포 신문들은 한위안 사건으로 도배를 하다시피 했다. 나는 이 보도들이 도대체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런 보도는 개 한 마리가 달그림자를 보고 짖기 시작하면 다른 개들이 덩달아 짖는 것과 비슷하다.

지난 4일 귀국 뒤 언론계의 벗들에게 한위안 사건에 대해 물어보았다. 거의 아는 사람이 없었다. 중국 선전기관의 엄격한 보도 통제 때문에 이들은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보도도 하지 못했다.

최근 몇 달 사이 중국의 산시(섬서), 선전, 안후이, 창춘, 난징, 충칭, 쓰촨, 광둥, 윈난 등 적지 않은 곳에서 민중의 집단시위가 잇따라 벌어졌다. 지난 10월27일 쓰촨성 한위안에서 벌어진 대규모 유혈 관·민 충돌은 11월7일까지 계속됐다. 이 사건이 최근 일련의 관·민 충돌 가운데 대표적이다.

〈비비시(BBC)방송〉 중국어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수력발전소 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된 농민과 학생 등 10만여명의 시위대는 한위안현 인민정부에 몰려들어 각종 시설을 때려부쉈다. 정부기관은 마비됐고 모든 가게들은 문을 닫았다. 쓰촨성 당국은 무장경찰 1만여명을 동원해 한위안을 포위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과정에서 농민 7명이 맞아죽고 무장경찰 2명이 죽었으며 40여명이 다쳤다.

최근 중국의 경제발전은 ‘약탈성’이 강해지고 있다. 하나는 자연환경에 대한 약탈이고 다른 하나는 기층민중의 삶에 대한 약탈이다. 자연과 민중에 대한 약탈이 노골화한 까닭에 관·민 충돌이 육박전의 상태까지 발전한 것이다.

오늘날 중국 하층민의 물질생활은 수십년 전 마오쩌둥 시대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 1960년대 초반 이른바 ‘3년 재해’ 기간에 수천만명의 중국인들이 굶주림에 시달리다 죽어갔지만 한위안 사건과 같은 대규모 관·민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늘날 중국 농민들은 왜 물질 생활이 나아졌음에도 정부에 대한 인내심은 오히려 얇아졌는가. 그들의 사상과 정신세계가 변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의 기자가 내게 물었다. “흔히 ‘마오쩌둥은 중국 인민을 일어서게 했고, 덩샤오핑은 중국 인민을 부유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당신은 어떻게 보는가.” 난 이렇게 답했다. “중국 인민은 지금까지 일어선 적이 없고, 덩은 일부 중국인들을 부자로 만들었을 뿐이다.” 일부를 먼저 부하게 만들자는 건 덩 자신의 말이다. 수천년 동안 중국 백성은 노예처럼 살아왔다. 마오 시대의 중국 인민은 일어서지 못했을 뿐 아니라 역사상 어느 시기보다 낮은 자세로 엎드렸다. 마오 시대의 중국 백성은 역사상 어느 시기보다 물질적으로 깨끗이 박탈당했고 정신적으로 폭넓게 노예화되었기 때문이다. 한위안 사건은 변화한 민중의 정신세계가 중국 경제의 약탈성과 충돌해 벌어진 사건이다.

한위안 사건에 대해 어떤 당국자는 “진상 불명의 대규모 집단난동”이라 했고 다른 이는 “국외 세력이 가세했다”고 말했다. 나는 이런 발언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역대의 중국 관료들은 언제나 민의의 분출을 늘 ‘진상 불명’의 사건으로 만들어왔다. 나는 외치고 싶다. 당신들은 이것도 ‘진상 불명’이고 저것도 ‘진상 불명’이라고 한다. 베이징인들이 ‘진상 불명’이고 쓰촨인들이 ‘진상 불명’이며 전국 인민이 모두 ‘진상 불명’이다. 민중은 오늘도 ‘진상 불명’이고 내일도 ‘진상 불명’이며, 올해도 ‘진상 불명’이고 내년도 ‘진상 불명’이다. 이전의 10년 동안도 ‘진상 불명’이었고, 앞으로 10년 동안도 ‘진상 불명’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민 군중이란 존재는 영원히 ‘진상 불명’이다. 그렇다면 당신들 관료집단만이 영원히 옳고, 영원히 총명하며, 영원히 진상을 잘 안단 말인가?

중국 정부는 자발적인 민중의 함성이 터져나오면 늘 “국외세력이 참가했다”는 죄명을 뒤집어씌운다. 파리는 썩지 않은 달걀엔 달라붙지 않는다. 국외세력이 참가했든 아니든 이번 사태가 벌어진 건 한위안 인민정부가 이미 썩은 냄새 나는 달걀로 변했기 때문이다.

한위안 사건이 고조됐을 때, 미국 워싱턴에서 현지 화교들이 연 포럼에 참가했다. 거기서 〈미국의 소리〉(VOA)의 저우여우캉 기자가 내게 질문했다. “중국 정부가 한위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으로 보는가?” 나는 이렇게 답했다. “정부는 누구도 처분하지 말고 자신을 먼저 처분해야 한다!”

중국 당국이 한위안 사건을 끝내 어떻게 처리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3년 전 동북의 랴오양과 다칭 등지에서 대규모 노동쟁의가 벌어졌을 때 중국 당국은 대다수 시위 노동자를 감싸면서 다른 한편으론 소수 지도자들을 체포해 처벌했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11월14일 당국은 탄정위 한위안현 서기 등 몇몇 관료들을 면직시킨 뒤 무장경찰을 대거 동원해 계엄상태를 유지했다. 당국은 “불순세력이 선동해 사건이 벌어졌다”며 “사회질서의 유지를 위해” 무장경찰을 동원했다고 말한다. 이는 ‘민의’를 적대시하는 행동이다. 민의를 적대시하는 건 당국이 스스로 민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일 뿐이다. 물을 막으면 언젠가 터지듯 민의는 자연스레 터져나오는 것이다. 부디 다른 핑계를 대지 말고 그냥 민의를 그대로 읽는 게 최선임을 당국이 하루빨리 깨닫길 바란다.

jiaoguobiao2@sina.com

자오궈뱌오 베이징대 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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