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한겨레 | 씨네21 | 한겨레21 | 이코노미21 | 초록마을 | 교육과미래 | 투어 | 쇼핑

통합검색기사검색

한토마

사설·칼럼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 국제 | 문화 | 과학 | 만평 | Editorials | 전체기사 | 지난기사

구독신청 | 뉴스레터 보기

편집 2004.10.25(월) 18:48

‘영토 미신’이란 군주시대 찌꺼기


예로부터 이웃 나라와의 외교문제의 핵심은 땅이었다. 국경문제에선 어느 나라나 “한 치의 땅도 다투고 한 걸음의 땅도 양보 못한다”는 게 원칙이다. 역사에는 이 한 치의 땅 때문에 피 흘리거나 돌아갈 곳이 없어진 무고한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런 비극을 낳은 그 땅뙈기란 사실 사람이 살기에 알맞지 않을 뿐 아니라 토끼도 똥을 누고 싶지 않고 독수리조차 내려앉고 싶지 않은 황무지인 경우가 태반이다. 그걸 많이 차지했다고 대단한 걸 얻은 것도 아니요, 적게 차지했다고 대단히 손해 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런 땅뙈기를 위해 수많은 나라의 병사들이 목숨을 바쳤고 사람들은 난민으로 떠도는 신세가 됐다. 나는 이런 비이성적인 영토 다툼을 ‘영토 미신’ 또는 ‘영토 중심주의’라고 부르고자 한다.

영토 미신은 군주시대가 남긴 정신병이다. 〈시경〉은 말한다. “하늘 아래 왕의 땅 아닌 곳이 없고, 나라 안에 왕의 백성 아닌 사람이 없다.” 땅과 백성이 모두 왕의 사유재산이니 왕은 땅 넓고 백성 많은 걸 마다할 리 없다. 그 넓은 땅에서 백성이 비참하든 행복하든 군주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시인 두보는 이렇게 노래했다. “전쟁으로 변경이 피바다 이루어도/ 땅 넓히려는 황제의 야심 그치지 않네.” 민주 시대인 오늘날은 오로지 영토와 국경선만 바라보던 군주시대와 달리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애환과 삶의 질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국제선구보도〉는 ‘중-베트남 국경 난민촌 조사’라는 기사를 실었다. 1978년 중국과 베트남 국경에서는 불행하게도 전쟁이 벌어졌다. 이 전쟁이 금세 끝났다는 건 사람들이 다 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지 20년이 넘은 오늘날까지도 이 국경지대에 여전히 30만의 난민이 살고 있다는 건 사람들이 잘 모른다. 이들은 전쟁 때 중국군을 지지했다가 베트남에서 중국으로 쫓겨난 이들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우리를 중국인이라고 불렀고, 중국인들은 우리를 베트남인이라고 부른다. 중국에서 20년 넘게 살았지만 우리가 도대체 누군지 모르겠다.” 신분이 분명하지 않아서 이들은 대부분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고, 정식 직장을 구하지도 못한다. 이들이 중국 국적을 얻는 유일한 길은 결혼이다. 그러나 중국의 ‘국적법’은 이들의 2세부터 아버지의 국적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난민 처녀들은 중국 총각들을 만나 적어도 2세의 국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난민 총각은 결혼 상대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국제선구보도〉는 베트남 정부의 분명하지 않은 태도를 문제 삼았지만, 중국의 ‘국적법’에도 책임이 있다. 예를 들어 난민이 본국인과 결혼할 경우 2세가 아버지의 국적을 따르도록 한 것은 성차별이다. 중국인이 서방인과 결혼하면 손쉽게 배우자를 따라 서방 국적을 얻는다. 왜 중국의 ‘국적법’은 2세부터 적용하며 당사자에겐 시혜를 베풀지 않는가. 더구나 왜 하필 양친 가운데 아버지의 국적을 따라야 하는가.

난민문제 해결이 국경 확정보다 더 어려운 문제일까? 나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중국이 땅과 바다의 국경만을 중시하고 국경지역 주민의 실제 삶을 중시하지 않는 데 있다. 이는 군주시대 영토 중심주의의 찌꺼기다. 나에게 중국과 베트남 사이에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를 고르라면 먼저 수십만에 이르는 난민의 국적 문제부터 푼 다음 땅과 바다의 국경 문제를 풀어갈 것이다.

국적 관리는 나라의 중대사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어떤 나랏일이든 모두 구체적인 사람을 위해서이지, 군주나 영토 미신의 충족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우리 시대의 이념과 제도와 관습이 낳은 구체적인 사람과 구체적인 가정의 행복과 재난을 꿰뚫어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외교정책에서 영토 중심주의를 인본주의로 고치고 국가본위주의를 민본주의로 바꿔야 한다. 최근 중국 정부는 ‘인본주의’의 깃발을 높이 들고 있다. 우리는 중-베트남 국경지대의 30만 난민에게도 하루빨리 인본주의의 햇살을 비춰 20년 동안 지속돼온 그들의 그늘 속 고통이 치유되길 바란다.

중국 정부는 나아가 북한·몽골·러시아·인도 등 다른 이웃 나라들과 국경분쟁을 처리할 때도 “변경지역 주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경지대의 땅을 한 치 더 얻고 잃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 처지에서 볼 때 인위적으로 그은 국경선이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다. 사람보다 인위적인 경계를 더 중시하는 건 인본주의의 도리에도 맞지 않는다.

만리장성의 남쪽은 진나라 땅이고 북쪽은 흉노 땅이었다. 진시황과 흉노왕 선우에겐 그 경계선이 두부 자르듯 분명했을지 모르나, 장성의 남북을 오가며 그 땅에 살던 사람들에겐 그 높고 큰 담장이란 혼인과 상례를 치르고 벗과 피붙이를 만날 때 번거로움을 더할 뿐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였을 것이다.

자오궈바오 베이징대 교수

자오궈뱌오 교수는 1963년 중국 허난성 카이펑에서 나서 96년 중국 인민대에서 박사학위(언론학)를 받았다. 96~2001년 〈중국문화보〉 기자를 지낸 뒤 2001년부터 베이징대 언론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 〈신문 외의 만감〉, 〈독립의 슬픔〉, 〈토벌중선부〉(일본어판) 등.

|


가장 많이 본 기사

•  하니 잘하시오
•  자유토론방 | 청소년토론마당
•  토론방 제안 | 고발합니다
•  한겨레투고 | 기사제보

쇼핑

한입에 쏘옥~
  유기농 방울토마토!

바삭바삭 감자스낵!!

속살탱탱 화이트비엔나소시지~
딱 1번만 짜는 초록참기름~
건강한 남성피부 포맨스킨~

여행

신개념 여름 배낭의 세계로
2005 실크로드 역사기행!
천년의 신비 앙코르왓제국
전세기타고 북해도로~!

해외연수/유학

캐나다 국제학생?!?
세계문화체험단 모집
캐나다 대학연계 프로그램
교환학생 실시간 통신원글

클릭존

남성,확실한1시간대로?
고혈압관리-식약청인정1호
◈강남33평아파트 반값입주
강원도 찰옥수수 9,900원
[속보]영어가 느리게들렸다

 

 
 

인터넷광고안내 | 제휴안내 | 개인정보보호정책 | 지적재산보호정책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 거부 | 사이트맵 | 신문구독 | 채용

Copyright 2006 The Hankyor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