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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9.20(월) 19:08

한-러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


20일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러시아를 공식 방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한-러 관계의 현주소와 전망, 한반도 정세, 동북아시아의 상황 개선에 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1884년 체결된 한-러 수교 120돌과 러시아 극동지역 한인 이주 140돌이라는 한-러 관계를 기념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모스크바의 많은 사람들은 한-러 정치관계에서 기본적으로 어떠한 불협화음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상회담 의제로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가 다뤄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현재 러시아가 직면한 국제테러에 대한 비난 이외에도 한반도 핵문제가 거의 유일한 정치적 의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얼마 전 국제원자력기구가 우려를 표하고 북한에 6자 회담을 연기할 빌미를 제공한 핵실험에 대해 한국이 인정했다는 사실은 ‘북한 핵 문제’로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핵문제라고 불릴 가치가 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그러나 두 나라 정상이 한반도의 비핵화가 무조건적으로 준수돼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평화적인 방법에 의해서만 이러한 목적이 달성돼야 한다는 두 나라의 생각이 서로 근접해 있음을 확인하고 있어, 이런 상황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을 것이다. 특히 바로 이런 비슷한 처지로 인해 한반도에서 핵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한-러 협력 강화의 커다란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에 충실할 것을 계속 강조하면서도 핵 문제뿐만 아니라 인접국가와의 관계 발전에서 좀더 적극적이며 독립적인 구실을 하려 했고, 이런 문제들의 해결을 위한 동반자로 러시아를 인식해 왔다는 점을 러시아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미미한 수준의 대러 투자에 대한 최근 한국 쪽의 설명에 대해 러시아로선 동의하기는 어렵다. 한국 쪽의 설명으로만 보면, 국제 천연가스 프로젝트나 철도 프로젝트 같은 주목할 만한 투자 증대도 북핵 문제의 해결 없이는 불가능해 보인다. 반대로 러시아는 북한의 에너지 문제 해결을 포함한 핵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동북아 지역의 신뢰와 안정에 기여할 다자적 경제 프로젝트에 대해 정치·외교적 평가를 간과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러 두 나라는 북한과 미국이 서로 조처를 취하지 않고는 6자 회담의 진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해결책은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연될 수 있다.

러시아는 현재 러시아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상황의 호전으로 두 나라가 과거 합의한 공동 경제프로젝트와 프로그램의 실현이 추진력을 받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먼저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연결사업과 에너지협력사업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 러시아나 남북한 어느 쪽도 서로 최우선적 상대는 아니라고 해도, 지리적 인접성과 이미 잘 알려진 경제적 이익 때문만으로도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 균형을 깨뜨리지 않고, 서로 화해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보유한 러시아가 동북아 지역의 에너지 안보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에너지 안보를 제공하는 도구로서 동북아지역 에너지 공동체를 결성할 조건이 성숙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 쪽은 러시아의 과학기술 수준과 에너지 자원 그리고 거대한 전자제품 시장에 과거 이미 수차례 표명했던 관심을 제외하고는, 두 나라의 무역 및 경제 협력 분야에서 새롭고 건설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 데 부족했음이 분명하다. 한국은 지금까지 러시아를 주로 에너지 자원의 공급자로 간주하고, 바로 이 분야에서만 동북아 지역 협력이라는 다자 메커니즘의 동반자 내지 참가자로만 받아들여 왔다. 이렇게 해서는 동북아 지역 통합의 가치 있는 참여를 원하는 러시아를 끌어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화 분야의 협력은 전통적으로 양국 관계에서 가장 만족할 만하다고 여겨 왔다. 그러나 상당히 활발한 문화교류에도 불구하고 한국 언론, 특히 텔레비전 방송들은 러시아의 정치·사회·경제적 진행과정의 부정적 모습들을 압도적으로 내보내고 있음이 목격되고 있다. 이제 이런 상황은 바로잡아 나가야 하고, 또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공식방문 몇 달 전부터 한국대표단의 잦은 러시아 방문과 수준으로 판단해 볼 때, 한국 정부는 노 대통령의 러시아 첫 방문을 신중히 준비했음을 알 수 있다. 또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온 ‘참여정부’가 대외정책의 괄목할 만한 성공으로 삼을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러시아는 한국 정부의 이런 희망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노 대통령의 방러가 한-러 관계의 중요한 계기가 되고 앞으로 한-러간 좀더 광범한 협력을 위한 지속적인 토대를 마련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제빈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문제연구소 한국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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