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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8.30(월) 18:46

베이징 올림픽까지의 과제


민족주의는 자연적인 감정이다. 그러나 그것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그것을 뛰어넘는 정신의 움직임도 자연적이다. 민족주의를 넘어서도록 촉구하는 사상과 이데올로기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글로벌리즘이 돼 세계 제국의 정치와 전쟁이라는 형태로 발현되면 극단적 민족주의가 거기에 저항한다.

중국에서 열린 아시안컵 축구경기에서 중국 관중이 일본팀과 응원단에게 거센 반감을 드러냈다. 결승전에선 엄중한 경계가 펼쳐졌지만, 일본인 응원단은 몇시간이나 경기장을 빠져나갈 수 없었고 일본 대사관 승용차의 유리창이 파손됐다. 이런 충격적 사태는 아테네 올림픽에 묻힌 감은 있지만, 올림픽이 끝난 지금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에선 중국 청년들의 반일감정이 장쩌민 시대의 반일교육의 결과라며 중국 정부의 책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눈에 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반일이 일본의 침략을 받은 중국인의 살아 있는 정신이라는 것을 잊게 된다.

과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조건이 필요하다. 과거의 침략과 지배로 인한 손해와 고통에 대한 가해국 국민의 인식과 반성, 사죄가 있어야 한다. 1995년 8월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의 담화가 거기에 해당한다. 1998년 한-일 공동선언과 2002년 북-일 평양선언에서 그것은 두 나라 사이의 문서로 확인됐다.

그런데 1998년 중-일 공동선언에서 일본 쪽은 반성의 표명은 인정했지만, ‘사죄’라는 말을 넣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 국민에게 반성·사죄를 표명하고서도 중국 국민에는 반성 이상은 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 중국의 국민감정에 상처를 입혔다.

일본은 중국에 대해 배상의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국민당 정부가 배상의무가 있다는 점만은 인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철저하게 거부했다. 베이징 정부는 일본과 대만의 기존 조약을 파기하지 않으면 중-일 국교 수립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대일 배상요구의 포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일본은 중국에 오랜 기간 무상원조나 차관을 제공해오고 있지만, 배상이나 보상이라는 말이 붙은 것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국민적 보상인 아시아여성기금 사업도 중국에선 하지 않았다.

그래도 절대 권력을 가진 중국 공산당의 통치가 있었기에 민족주의를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의 국제주의로 억누를 수 있었다. 침략은 일본 지배자의 행위였고, 일본 인민도 피해자에 지나지 않으며, 억압당한 사람들은 단결해야 한다는 사고가 한때 중-일 관계를 규정했다. 그러나 국가사회주의 시대가 지나가고 중국의 시장경제화가 진전돼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는 권위를 잃었고, 최대의 무기를 잃은 공산당 정권은 국제주의 없는 민족주의로 국민을 단결시키려 하고 있다. 그리고 공산당의 통치권력은 시간이 갈수록 약화해 민주화가 진전된다. 이럴 때의 민주화는 민족주의의 강화와 나란히 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청-일 전쟁에서 패배한 중국의 황제정부가 일본에 대만을 양도하고 배상금을 주었다는 것은 어느 정권의 교과서에서든 다뤄질 것이다. 그것은 중국 국민이 시대를 넘어 알고 있어야 할 최소한의 역사지식일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피해갈 수 없다.

야스쿠니 신사의 대체 시설을 검토하기 위한 조사비가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내년에도 야스쿠니를 참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단념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노무현 대통령말고는 없을 것이다. 6자 회담의 성공도, 동북아시아 시대의 구상도, 동아시아공동체의 미래도 중-일 지도권 다툼을 배제한 진정한 한-중-일의 협력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고구려 문제가 발생했다. 확실히 중국은 대고구려의 그림자를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다. 통일 한국, 조선은 반도 국가로서 살아간다는 점을 중국인들에게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중국을 설득하는 것은 한국의 몫이다. 오랜 싸움을 통해 얻은 한국의 민주화는 민족주의를 극복할 인식을 만들어낼 힘이 있다.

중-일 사이에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중국은 센카쿠열도(댜오위타이) 주변의 해저에서 천연가스 채굴 작업에 들어갔다. 일본은 당황하고 있을 뿐이다.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것은 독도(다케시마)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영토문제를 세 가지나 미해결로 남겨둔 채 일본이 동북아시아의 지역협력을 말할 자격은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철학을 일본 정부나 국민은 필요로 한다. 한국의 독도 실효지배는 진행되고, 중국은 센카쿠열도 해저 개발을 본격적으로 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문제의 해결을 미루고 있을 시간은 없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아테네 올림픽은 끝났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4년 남았다. 이 4년 동안 6자 회담에 의한 북한 핵문제의 해결과 북-일 국교수립, 남북 경제협력을 달성해 그것을 바탕으로 동북아시아제국연합(ANEAN)의 결성으로 나아가야 한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팀이 중국 관중의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4년 이내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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