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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8.02(월) 17:13

노 대통령께 꼭 부탁하고 싶은것


7월11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얻은 의석은 목표치인 51석에 2석 모자라, 간신히 정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아마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정권 유지에) 더욱 안도한 쪽은 북한 정부일 것이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한국을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과 동북아시아의 우호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고, 북-일 수교가 북한의 태도에 따라선 1년 이내에 가능하다고 밝혔다. 일본의 신문들은 동북아의 우호를 위해 노 대통령이 한-일 협력을 강조했던 부분에는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일본에선 오로지 노 대통령이 “역사문제를 공식 쟁점으로 삼지 않겠다”고 말한 것만 보도됐다.

동북아의 신뢰 양성, 평화 우호의 증진, 동아시아 공동체의 진지한 논의에서 아마 가장 큰 문제는 고이즈미 총리의 거듭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중국이 용인하지 않고 그의 중국 방문을 거부하고 있는 일일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일본이 지역협력을 위해 일본에 걸맞은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득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 문제는 한국인들도 중시하고 있고, (고이즈미 총리가) 평양을 두 차례나 방문해 북-일 수교를 추진하는 자세를 한국인들이 지지하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일본 총리가 중국을 방문할 수 없다면 동북아든, 동아시아든, 지역협력이 진전될 리가 없다. 부끄러운 심정이지만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재 일본 안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제동을 걸 수가 없다.

선거에선 제1 야당 민주당이 약진했다. 38석에서 50석으로 늘었다. 이것은 필연적 흐름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늘린 12석은 공산당이 잃은 13석과 비슷하다. 야당 세력 가운데 개헌 반대파로부터 추진파로 이동이 일어난 결과가 됐다. 선출된 의원 121명 가운데 공산당은 4명, 사민당은 2명이다. 무소속 가운데 한두 명을 합하더라도 개헌 반대를 확실히 공언하는 의원은 7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선거로 개헌 문제에선 더욱 심각한 위기상황이 됐다. 그런데도 선거 뒤 결과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공산당과 사민당, 어느 쪽에서도 협력이나 제휴 얘기가 나오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헌법 옹호파는 이런 사태를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거 직전인 6월에 헌법 9조를 지키는 지식인 모임 둘이 발족했다. 하나는 사민당 전 대표인 도이 다카코를 중심으로 한 ‘헌법여행 모임’이다. 평론가인 사다카 신, 작가 시로야마 사부로·오치아이 게이코, 재일한국인 신숙옥·강상중씨가 여기에 참가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9조의 모임’이다. 이 모임 참가자는 작가 오에 겐자부로·이노우에 히사시·오다 마코토·사와치 히사에, 사상가인 쓰루미 스케·우메하라 다케시·가토 슈이치, 법학자 오쿠다이라 야스히로 등이다. 미키 전 총리의 부인 무쓰코는 양쪽에 두루 관계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9조 개정이 일본을 미국과 함께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 ‘전쟁을 하는 나라’로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움직임을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견해도 공통적이다. 그런데 왜 두 개의 모임이 생긴 것인지 의문이다.

중요한 것은 국회에서 9조 개정에 찬성하는 의견이 이미 3분의 2를 넘었고, 개헌 발의는 저지할 수 없는 실정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9조를 지키기 위해선 국민투표로 역전시키는 방법 외에는 없다. 이는 공산당과 사민당에 투표한 사람들과 좌파 성향 무당파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민주·공명·자민당 지지자와 자위대원들에게도 9조 1항(전쟁 포기)뿐 아니라 2항(군대보유 금지)도 유지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설득해 지지를 넓혀가야 한다.

이들을 설득하려면 자위대의 이라크 파견에 반대한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 되지 않는다. 헌법 9조 아래서 자위대가 50년 동안 존재해 왔다는 현실에 대한 태도를 확실히 해야만 한다. 즉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지금 일본 앞에는 태평양전쟁 후 60년의 현실을 받아들여 그것을 유지·개혁하는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이런 현실을 부정하고 확 바꿔서 미국의 세계적 군사활동에 대한 아시아 제1의 협력자가 되는, 쿠데타와 마찬가지의 길로 갈 것인가 하는 선택이 놓여 있다는 점을 제기해야 한다.

나아가 고이즈미 총리가 북-일 수교를 스스로의 정치 목표라고 공언한 이상, 그것을 추진하는 것과 헌법 9조의 개정은 모순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지적해야 할 것이다. 두 모임은 헌법을 세계로 확산시켜 빛내고 싶다고 호소하고 있는데,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무력에 의한 위협을 포기한 9조의 정신은 가장 군사적 긴장이 높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우선적으로 살려야 할 것이다. “위협과 제재, 압력이 아니라 평화적 외교를 통해 북-일 관계 정상화가 가능하다면 그 방식을 세계로 확산시킬 수 있는 게 아닌가, 헌법의 정신을 세계로 퍼뜨린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라고 설명할 수 있다.

와다 하루키/일본 도쿄대 명예교수·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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