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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11.24(월) 20:29

일본 개헌논쟁이 걸어온길


일본의 지난 총선거에서 헌법 9조를 지키자고 주장한 공산당과 사민당이 참패해, 헌법 9조 개정은 이제 완전히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느낌이다. 공산당은 9석, 사민당은 6석, 거기에 일반적인 개헌은 찬성하나 9조는 찬성해서는 안 된다는 공명당 34석을 더해도 전체의석 480석의 10% 정도인 49석에 불과하다. 물론 민주당과 자민당에도 9조 수호파가 다소 있지만, 모두 합쳐도 개헌발의를 저지할 수 있는 전체의석의 3분의 1에는 크게 못미친다.

‘전력불보유’ 등 헌법9조 개정 가시권

2차대전 말기, 일본인들은 미군의 공습으로 처음 전쟁을 이해했다. 군대가 자신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경험했다. 군에 대한 결정적인 불신이 생긴 것이다. 때문에 일본인들은 맥아더 (점령군) 사령부가 제시한 초안에 기초한 일본국 헌법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전쟁포기, 전력 불보유’의 제9조는, 특히 마음에 드는 내용이었다. 제9조는 비무장 규정으로 받아들여졌다. 일본의 안전보장을,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공정성과 신의’, ‘국제사회’-구체적으로는 연합국의 합의를 토대로 확보하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1950년에 시작된 한국전쟁으로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하기에 이르고, 일본의 안전보장을 ‘국제사회’에 맡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미국은 일본의 재군비를 요구했으나 요시다 시게루 정부는 51년 평화조약 조인 때, 미-일 안전보장 조약을 동시에 조인해 미군에 기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일본의 방위를 미군에 맡김으로써 최소한의 군사력을 보유하는 선에 머물렀다. 강화조약의 발효와 함께 보안대와 해상경비대를 설치하고, 54년에는 자위대로 재편했다. 여기서 헌법 9조의 해석이 사실상 수정돼, 자위권은 존재한다, 자위를 위한 최소한의 군사력 보유는 합헌이라는 해석이 채택됐다. ‘해석 개헌’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종래의 헌법 해석을 고수한 혁신계는 미-일 안보조약과 자위대를 헌법 위반이라며 계속 부정해왔다. 54년에 탄생한 하토야마 이치로 민주당 정권은 개헌을 통한 자위군 창설을 추진했으나, 55년 선거에서 혁신파는 개헌발의 저지에 필요한 3분의 1 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60년에는 개헌에 집념을 가진 기시 노부스케 내각이 무너졌기 때문에 이후 개헌론이 보수본류가 되지 못했다.

자위대는 야당의 부정으로 제동이 걸려 헌법 9조의 제약 아래 존재했다. 그 제약은 자위대라는 군사력이 통상의 전력, 곧 군대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왔다. 그러나 이것은 제도의 결함이라기보다는 제도의 특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즉, 자위대는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가 설치된, 자위를 위한 군사력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유사 입법이 없는 것은 유사시 자위대 최고 지휘자인 총리가 책임을 지고 초법규적인 행동을 자위대에 요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런 자위대의 존재방식은 국민적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자위대는 확대강화의 길을 걸어, 23만7700명의 현대적 장비를 갖춘 강력한 군사력이 됐다. 연간 예산은 중국의 5배, 한국의 3배 규모인 397억달러(1993년 공식발표 기준)로 팽창했다. 이것은 헌법의 전력 불보유 규정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93년에 나를 포함한 9명의 학자가 평화기금법을 제정해, 최소한의 방어력 보유는 합헌으로서, 자위대를 그 수준까지 축소하는 일에 착수하면 자위대를 합헌으로 인정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헌법 9조와 자위대 존재 사이의 모순을 방치하지 말고, 평화기본법으로 설명하자는 취지였다. 그 직후인 94년 자민, 사회, 사키가케의 3당 연립정권이 탄생해 무라야마 도미이치 사회당 위원장이 총리직에 올랐다. 사회당은 종래의 당론을 버리고 자민당의 논리를 전면으로 받아들여 자위대와 미-일 안보조약을 승인했다. 사회당 지지자는 납득하지 않고 사회당을 이탈했다.

자위대 안전장치 없어진다면…

이미 미국은 한반도 ‘유사(사태)’가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고, 유사시 일본의 대응, 자위대의 행동에 대해 일본에 검토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미-일 안보조약의 재해석, 가이드라인, 주변사태법, 유사 입법의 일련의 대책이 취해졌다. 그리고 9·11 동시테러 이후는 반테러리즘의 군사행동도 요구해 일본은 테러조처 특별법에 따라 인도양에 보급함을 보냈다. 또 이라크에 자위대를 보낼 수 있도록 한 신법도 만들었다.

현재 헌법개정파는 9조 1항의 전쟁포기는 유지하고, 2항의 전력 불보유만을 폐지해, 자위전력의 보유를 명기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징병제 등은 도입하지 말고 현재의 자위대를 인정하면 된다는 발상이다. 그로써 집단 자위권의 행사도 가능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9조 개정을 해도 곧바로 일본이 군국주의가 되는 것도, 자위대의 해외파병이 멋대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50년 이상 전쟁과 무관하게 지낸 국민이다. 자위대원도 국민의 지지 없이 국외에서 군사활동을 대대로 벌일 수는 없다.

그러나, 그래도 헌법 9조를 개정하고, 자위를 위한 군사력에 붙여놓은 특별한 안전장치를 없애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왜냐면 그것은 우리 역사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헌법을 가벼이 다루는 것은 국민적 불행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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