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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독자기자석 등록 2005.07.03(일) 16:01

고교 석차등급제 개선을

올해 고교에 입학한 1학년 학생들의 내신은 과목별 평어와 석차 대신에 과목별 원점수와 평균, 표준편차 그리고 석차등급(9등급)이 이수자수와 함께 기록된다. 예를 들어 개선된 제도에 따르면 과목별 1등급은 4%까지 해당된다. 어떤 과목의 이수자가 100명이라고 가정할 경우 상위 석차순으로 4명이 1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상위 4명의 학생 가운데도 한 학생은 100점을 받고 나머지 세 학생이 86점, 84점, 76점을 받았다면 엄연히 실력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같은 등급으로 처리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또한 100명 가운데 1등 동점자가 7명이면 중간석차(4등)는 4%로 모두 1등급을 받게 되나 동점자가 8명이면 중간석차(4.5등)가 4%를 넘게되어 모두 2등급이 주어지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온다. 이미 중간고사를 마친 일부 고교의 경우, 난이도 조절의 실패로 인하여 일부 과목에서 만점을 받고도 2등급으로 떨어지는 폐단이 나타난 바 있다.

교육부는 지나친 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하지만 석차 대신 등급을 표기했다고 해서 경쟁이 줄어들 것이라고 믿는 바보는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불공정한 기준으로 인하여 평가의 신뢰성만 떨어뜨릴 따름이다. 그러니 과목별 이수인원과 석차를 명기하는 기존의 방식이 훨씬 평가 척도로서 적합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점수제에서 등급제로 바뀌면서 유명무실해질 수능도 마찬가지다. 2008년 수능부터는 과목별 표준점수와 백분율 대신 과목별 석차등급(9등급)만 제공된다. 수능을 자격고사화한다는 명분아래 평가의 본질적 기능을 무력화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일례로 수험생이 60만명이라고 가정할 경우 1등부터 2만4000등까지는 실력 차이와 관계없이 모두 1등급(4%)으로 처리된다. 그러나 2만4001등은 미세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2등급을 받게 된다. 학습자의 정확한 실력 측정이 결여된 평가는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학생들의 능력이야 어떻든 획일적인 기준만 충족시키면 모두 같은 실력으로 인정하는 현행 평가 방법은 분명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최진규/충남 서령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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