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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독자칼럼 등록 2005.01.12(수) 19:27

할아버지 살린 따뜻한 마음

교통사고 조사계에서 일하는 경찰관이다. 아침 5시20분 당직근무를 하고 있는데 앳돼 보이는 20대 초반 여성이 급히 경찰서 문을 열고 들어와 “할아버지가 얼어죽을 것 같은데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 황급히 나갔더니 또다른 또래의 여성이 75살 정도 돼 보이는 할아버지를 부축한 채 경찰서 현관 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추위에 얼마나 떨었는지 말을 하지 못하고 “으, 으”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걸음을 걸을 수조차 없을 만큼 얼어붙은 할아버지를 따뜻하게 난방이 되어 있는 휴게실로 옮겼다. 두 여성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할아버지의 어깨며, 손 그리고 심지어는 신발을 벗겨 발까지 따뜻하게 주물렀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합세했다. 이내 할아버지는 눈물을 뚝 뚝 흘리셨고, 여성들도 할아버지가 불쌍하다며 따뜻한 눈물을 흘렸다.

가족인 줄 알고 그들에게 물었더니 아니라고 했다. 새벽에 일하러 가려고 나왔다가 할아버지가 신발도 신지 않은 채 혼자 도로가에 앉아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들은 자신이 신고 있던 작은 신발까지 할아버지에게 신겨 경찰서를 찾아오게 되었단다. 그 당시 행인들이 여럿 있었지만 쳐다보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야기를 듣고 코끝이 찡해졌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 이렇게 마음 따뜻한 사람이 많다는 것에 감동을 받아 그들에게 누구인지 물었더니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 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 여성들이 아니었다면 할아버지는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세상은 이런 사람들 덕에 살맛 나는 것 아닐까? 경기가 어렵다고 마음까지 추워지는 요즘 남을 위할 줄 아는 마음을 갖는다면 복을 많이 받을 것이라 믿는다.

이종열/충북청주동부경찰서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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