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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1.25(화) 18:17

캠퍼스의 봄은 회색


얼마 전 두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하나는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친구에게 들은 얘기. 학원에서 주최한 행정고시 정보설명회에 갔는데, 강사가 “혹시 수시합격자 있느냐?”라는 질문에 열댓 명 정도가 손 드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것. 두 번째 이야기는 제대 뒤 복학하여 지방대에 다니는 후임병한테 들은 얘기. 지금 지방대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7, 9급 공무원시험 준비에 전념한다는 것과 지방대에서 취업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라는 것이다.

취업. 남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생각해 볼 것이 있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대학의 의미는 뭐냐는 것이다. 또한 취업 위주의 기능적 가치가 대학에 만연하고 이런 대학을 거쳐 사회로 나간 학생들이 사회의 지도층이 되었을 때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갈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외환위기 이후 대학은 점점 ‘학문의 상아탑’에서 ‘예비실업자 양성소’로 그 기능을 바꾸어 가더니 최근에는 ‘예비실업자 양성소’ 구실 아닌 다른 기능을 찾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도서관에는 벌써 취업을 준비하는 1학년 학생들이 눈에 띄고, 각종 게시판에는 어떻게 하면 취업을 더 잘할까 하는 글들이 가득하다.

수시 합격자가 행시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고시학원을 찾고, 입학하자마자 고시에 응시하여 합격했다고 치자. 그 합격은 단지 그 학생에게 출세의 길을 보장해 줄까? 아마 그 학생의 합격은 해당 대학과 그 집과 그 학생의 주위에 신화처럼 퍼질 것이고, 그럼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부터 또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고시에 매달리게 될 것이다.

대학에서 교양과목 수강하는 것 말고는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기회가 없었으며, 소모임이나 동아리도 해 보지 않아서 공동체 문화를 알지 못하고 그 기반도 모르는 학생이 사회에 진출하여 지도층이 된다면 그 학생이 지도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지방대가 무너지고 청년들은 모두 서울로 몰리고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결국 기반을 잃게 될 지방과 무한히 발전해 가는 수도권과의 큰 격차 속에서 나라는 과연 세계 일류로 성장할 수 있을까?

올해에도 어김없이 새내기들이 들어온다. 새롭게 대학 생활을 펼쳐나갈 새내기들의 부푼 마음이 부럽기보다는 그들이 대학 생활을 해 나가면서 그 꿈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바꿔갈지, 토익 공부하는 시간에 비하여 순수하게 책 읽는 시간은 얼마나 될지 걱정이 앞선다. 활기에 넘칠 3월의 캠퍼스에서 사회와 인생을 고민하고 새내기들에게 책을 권해 줄 선배의 모습을 찾는 것조차 과연 ‘꿈’에 불과할까?

이광영/ 경기도 광명시 철산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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