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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2.19(일) 19:52

우리 마음속의 슬픈 괴물


이달 초까지만 해도 개인적으로 꽤 기분 좋은 연말이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8년을 끌어 온 박사 과정이 끝나기 때문이다. 학위를 받는다고 지금 생활에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지만 어떤 속시원함 같은 것을 기대했던 셈이다. 하지만 심사가 끝난 지금의 나는 그다지 즐겁지도 시원하지도 않다. 반은 필요에 의해서, 반은 관성처럼 얻고자 했던 앎의 자격증. 그것의 획득을 앞둔 지금의 나는 그 동안 내가 무의식적으로 쌓아왔고 그 안에서 편안했으며 때론 우쭐대기까지 했던 벽의 존재를 실감하며 우울하다.

내 12월의 기대가 뒤틀어진 직접적 계기는 열린우리당의 이상락 의원 구속 기사였다. 그의 구속은 국가보안법을 사이에 둔 여야의 가파른 대치 속에서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그의 의원직 상실로 여당의 과반수 유지가 어렵게 되었다는 것에 약간의 관심을 보였을 뿐이다. 그의 구속 이유는 ‘초졸’의 학력으로 ‘고졸’ 행세를 한 것에 있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너무 부끄러운 말이지만, 웃음이 나왔다. ‘초졸’의 학력을 숨겼다는 것보다 ‘고졸’로 ‘행세’했다는 말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졸자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이왕 거짓행세를 하려면 최소한 ‘명문대 졸’, 아니면 돈 주고 산다는 ‘명예박사 학위’ 정도는 적어두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나 〈한겨레21〉에서 그 복잡한 사연을 읽고 나서 내 기분은 착잡해졌다. 그는 충남의 어느 가난한 소작농 집안에서 태어나 겨우 초등학교를 마쳤다. 농사를 짓다가 상경한 그는 공장 노동자, 밤무대 가수 생활을 했고, 1980년부터 성남 지역에서 과일 노점상, 목수 보조 등의 막일을 했다. 그러다 성남 주민교회 이해학 목사를 통해서 사회 문제에 눈을 떴고, 이후 운동가로 변신해서 80, 90년대 수도권 빈민 운동을 이끌었다고 한다.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 이렇게 성장한 운동가가 그런 거짓행세를 해야 했을까? 바리케이드 너머의 무서운 적들에도 꿈쩍 않던 그를 이토록 왜소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정말로 싸우기 힘든 것은 저 너머에 있는 적이 아니라 내 안에 들어와 있는 적이고, 나를 위협하는 적이 아니라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 적이라는 말이 있다. “초등학교밖에 안 나온 무식한 놈이라고 고백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별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작은 ‘무학’의 부끄러움이 괴물이 되어 한 운동가를 먹어치운 것이다. 가난 때문에 채우지 못한 학력이 빈민 운동가를 무너뜨린 이 슬픈 현실에 무어라 말해야 할까.

지난 주 학위논문 심사가 끝났을 때 내게 제일 먼저 전화를 건 것은 어머니였다. 무사히 통과되었다는 말에 어머니는 크게 기뻐하며 “잘했네, 잘했네”를 연발하셨다. 아들의 학위 소식에 기뻐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마는 어머니의 관심은 각별했다. 심사일정을 자주 물었고 그 뒤에는 항상 ‘고맙다’는 말을 덧붙이셨다. 나는 어머니의 조바심과 기쁨의 정체를 알고 있다. 어머니의 최종학력은 ‘초졸’이다. 그것도 서류상으로만 그렇고, 실제로는 2년 정도 학교에 나간 게 전부라고 하셨다. 어머니는 아마도 읽고 쓰고 셈하는 것 대부분을 살아오면서 터득하셔야 했을 것이다. 어머니는 삶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셨지만, 어머니의 최종 학력은 평생 그대로였다. 어머니도 마음 속에 슬픈 괴물을 키워 오셨던 것이다. 어머니 스스로 ‘한’이라고 말했던 그 괴물은 내 학위를 나보다도 더 오랫동안 기다려왔을 터이다.

많이 배운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하지만 그것이 자격증이 되고 차별의 근거가 된다면 배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배운 자가 배웠다는 이유로 혜택을 요구하고 못 배운 자는 바로 그 때문에 또 다른 불이익을 받는, 이중의 혜택과 이중의 불이익 속에서 살고 있다. 차별하는 자는 우쭐대고 차별받는 자는 스스로 부끄러워하니, 우리 맘 속 괴물을 도대체 어떻게 죽여야 할까? 올 연말 내게 슬픈 물음이 던져졌다.

고병권 연구공간 ‘수유+너머’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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