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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2.15(수) 19:56

‘나’를 향한 저항


지인에게 송년 인사를 겸해서, “당신이 나의 올해의 인물”이라고 했더니, 의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그’는 무척 섭섭하다며, “겨우 올해의 인물이냐, 내겐 당신이 평생의 인물인데…”라고 항의한다. 내가 누군가의 ‘평생의 인물’로 기억되는 것이 과연 행복한 일일까? 나로서는 평생의 인물이 존재하는 것도, 내가 타인의 평생의 인물인 것도 끔찍한 일이다. 그것은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처럼 본질주의 정치학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든, 정치적 신념이든, 돈이든, 몸이든 영원을 추구하는 것은, 음식물과 죽은 동물이 썩지 않는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은 두려운 일이다. 변화가 없다는 것은 지옥이 아닐까? 고통이 고통인 것은 그것이 지속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행복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행복할 때도 불안하고 집착하지만, 고통에는 이 원리를 적용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통도 행복과 마찬가지로 영원하지 않다.

머물지 않는 것. 3초 전에 배웠던 것과 안녕 하는 것. 자기 인생에서 올해의 인물, 이달의 인물, 오늘의 인물이 매번 다른 것이야 말로, ‘진보’하는 삶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변치 않는 정치적 신념을 가진 사람이나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했다는 사람들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생무상은 인생이 허무하다는 뜻이 아니다. 삶에서 상(常)의 상태, 즉, 오래 지속되는 것은 없다는 의미다. 물이 끓듯 순간순간이 변화의 과정이고, 생성의 연속이다. 이것이 생의 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실재는 언제나 구성 중에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한다면, 로지 브라이도티, 들뢰즈와 가타리가 말하는 이른바 ‘유목적 주체’다. 선조들은 이미, 이 ‘포스트모던 주체’에 대해 사유하고 있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나날이 새롭게”. 이것이 바로 과정 속에서 구성되는 리좀(rhizome)형 인간, 부정형의 신체가 아닌가!

여균동 감독의 영화 〈미인〉과 왕가위의 〈화양연화〉는 모두, 감독이 자기 나이 사십을 기념하여 만든 영화라고 한다. 두 영화를 ‘국가 대항’으로 비교한다면, 한국의 문화 수준을 보는 것 같아 민망하다. “나이 40을 기념함”의 의미가, 어쩜 그리 다를까. 〈미인〉이 불혹은 고사하고 가능하지 않은 욕망과 정착에 대한 편집증으로 가득 차 있다면, 〈화양연화〉는 영토를 갖지 않는 사람 특유의 정치적 감수성이 돋보인다. 왕가위 영화의 탁월한 작품성과 급진성은, 상하이에서 태어나 홍콩 등지로 유랑을 거듭했던 ‘디아스포라(이산자)’인 감독의 성장 과정에 상당 부분 빚지고 있다. 영토가 없는 자들의 ‘자기 찾기’는 경과점이지 도달점이 아니다. 수단이지 최종 목표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잃을 것이 없는 이들의 투쟁은 머물지 않는다.

변화하지 않는 삶은 남은 인생을 지난 세월의 영토를 지키는 데 보내게 된다. 진보(進步)라는 말은, 정말 진보적이다. 계속 걷지(進步)않고 멈춘다면(守舊), 자신을 항상 새로운 정치에 노출시키지 않는다면, 누구나 수구 세력이 된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라는 말은, 어제의 진보가 오늘의 보수라는 얘기와 연동한다. 현재 한국사회에는 과거의 한 순간에 선택한 정치적 입장을 성찰 없이 붙들고 있는, 혹은 자신이 하는 정치가 정치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진보’적인 사람들이 너무 많다.

휘발하는 삶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단 말인가? 순간을 영원으로 굳게 하는 것, 본질로 만드는 것이 모든 억압 질서의 근본 원리인 ‘신분주의’다. 고정된 정치적 올바름은 존재하지 않으며, 현실을 관찰하려는 순간 현실은 변화한다. 이 아픈 깨달음에 대해 황대권 선생의 성찰보다 빼어난 글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사람을 생긴 대로 사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제야 조금은 알겠다. 평화는 상대방이 내 뜻대로 되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그만둘 때이며, 행복은 그러한 마음이 위로받을 때이며, 기쁨은 비워진 두 마음이 부딪힐 때다.”

정희진 서강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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