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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2.08(수) 18:26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다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독일의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가 1930년대 독일 사회를 규정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으로, 다른 시대에 존재하는 사회적 요소들이 같은 시대에 공존하는 현상을 말한다. 해석에 차이는 있지만 많은 학자들이 한국 사회의 특징을 비동시성의 동시성으로 설명한다. 전근대, 근대, 탈근대의 특징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과학적 합리성과 경제적 효율성을 자랑하는 삼성전자가 전근대적인 세습을 통해 경영권을 유지하는 현상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과거의 것이 현재의 것, 그리고 미래의 것과 공존하는 현상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과거의 것이 단순히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인 제도와 관행이 특정 세력에 의해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것을 재생산하는 가장 중요한 제도 중의 하나가 학교다. 얼마 전 학생들과 이야기하면서 고등학교에 운동장 조회가 남아 있음을 알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아직도 일제시대의 유산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일제시대의 유산은 조회에만 있지 않다. 아이들의 교복에, 두발 단속에 일제시대의 유산은 배어 있다.

조회가, 교복이, 그리고 두발 단속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일본의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과거의 것이 아이들의 개성을 해치고 집단주의적 인성을 어려서부터 체화시키기 때문이다. 근대의 위대한 발명이 ‘개인’이라면 우리 사회는 어려서부터 근대의 싹을 잘라버리고, 전근대를 재생산하는 교육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자기 몸마저 제 마음대로 못하도록 규율시켜놓고, 책임 있는 성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과한 욕심이 아닌가? 머리를 기르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잊어버리고, 자식들에게 동일한 규율을 강요하는 우리는 누구에 의해 집단주의적 인성을 체화할 수밖에 없었는가?

과거의 것은 학교에만 있지 않다. 지금 정국을 뜨겁게 달구는 국가보안법 역시 과거의 것이다. 냉전이 끝난 지 10년이 훨씬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는 국가보안법이라는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망령이 작금의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누군가에 의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근대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 권리인 사상의 자유를 억압함으로써 이익을 보는 세력들에 의해 국가보안법이라는 전근대적 요소가 그들이 주장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공존하고 있다.

과거의 세력들은 과거를 유지할 뿐 아니라 만들어낸다. 그러한 코미디의 하나가 주체사상이다. 80년대 운동권 중에 주체사상을 신봉했던 사람들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과거의 세력들은 이미 과거의 것이 되어버린 주체사상을 오늘날에 되살려 좌우를 가르는 잣대로 사용하고 있다. 주체사상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오늘날에는 더구나 시대에 뒤떨어진 사상이다. 그리고 한때 주체사상의 신봉자들이 결성했다는 자유주의연대를 보니 시대에 따라 사람이 변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과거의 세력들은 이미 시효만료된 무기를 가지고 현재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재단한다. 과거에도 아니었고, 지금도 아닌 사람들마저도 주체사상이라는 과거의 무기로 공격한다.

우리 사회에는 참 많은 과거의 것이 있다. 물론 과거의 것이라고 다 나쁘진 않다. 문제는 유지되지 말아야 할 과거가 특정 세력에 의해 재생산된다는 점이다. 과거에 연연해하지 말자면서도 과거에 집착해 과거사 청산에 반대하는 비합리적인 과거의 세력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가로막고 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다. 과거의 세력이 그렇게 주장하는 세계적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집단주의적이고, 냉전적인 사유와는 단절해야 한다.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위한 합리적 논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 야! 한국 사회.

김정훈 성공회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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