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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2.01(수) 19:56

교육, 상처 속에 길을 잃다


나는 강릉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 전국에서 몇 안 되는 비평준화 지역에서 잘나가는 여학교로, 동해 삼척 도계 황지 … 강원도 영동지방 곳곳의 중학교에서,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인제에서 중학을 다니던 나처럼, 멀리 영서지방에서도 태백산맥을 넘어 ‘유학’을 했다. 그래서 한동안 명문학교에 다닌다며 으스대고 다녔더랬다.

그런데 아뿔싸, 얼마 전 인터넷 수능 강의를 소재로 한 광고에서, “서울고등학교 김재원 학생”과 “강릉여자고등학교 이슬기 학생”을 보고 말았다! 근사한 아파트 단지를 지나 무선 인터넷으로 방송을 보는 서울의 학생과 대조되어, 자전거를 타고 통통배가 있는 포구를 지나 구형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강릉여고 학생이, “시골 학교에 다니지만 첨단 네트워크 덕에 서울과 같은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다.

솔직히, 상처 좀 받았다. 강릉여고 출신을 대표해서 명예훼손 소송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지, 직업병이 도지기도 했다.

그런데 내 비뚤어진 자부심에 난 상처 따위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며칠 뒤 소문으로만 듣던 ‘고교 등급제’의 실태가 드러났던 것이다.

대학들이 매긴 등급이라는 것은 간단했다. 객관적인 자료나 기준도 아니고, 그저 전에 입학한 선배의 수준을 기준으로 학교에 등급을 매겨 수시전형에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지방학교에서 1등을 하고, 도지사 표창을 여러 번 타더라도, 강남 이름난 학교의 ‘김재원 학생’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민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당당하게, 내신 올려주기가 너무 심해서, 변별력이 없어서, 그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몇몇 신문에서는 평준화 흔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평준화의 원칙에 반하는 고교 등급제의 잘못이 모두 평준화 때문에 나왔다는 건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건 그렇다고 치자.

뭐 잊은 건 없는가.

자기들 학교가 ‘낮은 등급’이어서, 아무리 애써도 출발점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보고 들었을 수많은 아이들, 그 상처 말이다. 대학과 신문들은 그 상처를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일까.

괜히 내가 지방 출신 대표선수인 것처럼 열을 내고 다녔더니 주위 사람들은, 뭘 그런 것 가지고 그러냐고 했다. 아예 면접 담당 교수들을 알아내 족집게 과외를 하고 직간접적으로 로비까지 한다는 강남 아이들을, 어떻게 당해내느냐 한다.

쉿, 목소리를 낮추시오! 이런 말까지 그 아이들의 상처가 될까 걱정이 앞섭니다!

요즈음 다시 대학 입학 이야기가 한창인 걸 보니, 다시 연말이구나 싶다. 지난해 이맘때는 복수 정답 문제로 시끄럽더니, 올해는 휴대폰을 사용한 첨단 부정행위란다.

그 휴대폰을 들고 수험장에 들어갔을 아이들 마음을 생각하면 우울해진다.

가려내고 구분 짓고, 그래서 인생 자체가 ‘등급화’되는 현실에 멍들어, 엄청난 일에 가담하기까지. 그 중 몇몇은 무덤덤하고 몇몇은 치밀하였겠지만, 많이는 두려웠을 테지. 그렇게,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버린 마음을 짐작하니, 슬퍼졌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이 난리가, 이제 지겹다. 아니, ‘교육’ 이야기가 아니라, 가려내고 구분 짓는 ‘시험’ 이야기 말이다.

크로포트킨은 교육의 목표가 “기술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좋은 길을 알려주고 관심을 이끌어내는 영감을 주며, 나중에 그가 무엇을 하든 진실에 대한 진지한 갈망을 가지게 해,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라 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영감과 갈망 대신 상처만 잔뜩 준 우리, 이제 어떻게 고칠 길을 찾을 것인가.

한 가지는 분명하다. 변별력 강화가 아니라, 상처를 바로 보는 것이 출발점이다.★김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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