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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1.21(일) 20:52

전쟁을 똑바로 보라


악의 평범성. 아렌트가 나치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고 내뱉은 말이다. “아이히만의 과거 행적들은 소름끼쳤다. 그러나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 실존 인물로서의 그는 일상적이며 평범할 뿐 악마 같지도 않고 기이하지도 않다.” 재판관들은 악행의 근본 동기들을 찾으려 했지만, 아이히만에게는 악의적 동기도, 이데올로기적 확신도 없어 보였다. 그는 그냥 보통사람이었다.

“여기 하나가 죽은 척하고 있네.” 며칠 전 팔루자의 한 건물을 뒤지던 미 해병대 병사는 총을 쏘기 전에 그렇게 태연하게 말했다. ‘세상에서 인간이 목격할 수 있는 가장 추악한 장면.’ 우리는 그것을 보았다. 사살된 사람이 그 직전까지 군인이었는지, 테러리스트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죽은 척하던 순간 그는 살고 싶은 한 인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그러나 총을 쏜 병사도 그렇게 특별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그가 법정에 섰을 때 우리는 그의 선한 품성과 어려운 생계에 대해 듣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 번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세계를 경악게 했던 포즈의 주인공 린다 잉글랜드 이병. 그는 시골 마을의 가난한 철도 노동자의 딸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우등 졸업자였고, 월마트에서는 모범직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미군에 입대한 것은 오로지 대학 진학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고 있는 악마성의 정체는 무엇인가. 아렌트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의 악행은 ‘생각하지 않음’에서 나온다. 악한 생각이나 악한 판단을 해서가 아니라, 생각이 없고 판단이 없기 때문에 그런 끔찍한 장면들을 연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해서 전쟁터의 병사들을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가장 추악한 범죄자는 또한 가장 불쌍한 범죄자인 것을.

“불태워버려, 불태워버려, ××놈, 불태워버려.” 무어의 〈화씨 9/11〉에서 보듯, 병사들은 온갖 저주를 담은 메탈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거기에 몰입하며 진격한다. 그 병사들 뒤에는 누가 있는가. 팔루자로 진격하던 해병대의 한 중령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다섯 달 동안 우리를 공격한 적은 악마들이며 그들은 팔루자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또 누가 있는가. 신앙과 이권을 접목시킨 대통령. 그는 세계에 자신들이 박멸해야 할 악이 존재한다고 외쳐댄다.

나는 눈감고 기도하는 자들을 경계한다. 그들은 현실을 보지 않고 헛것을 보기 때문이다. 팔루자부터 백악관, 아니 한반도를 포함해서 세계 곳곳의 전쟁광들은 사람들의 생각을 빼앗는 동시에 시선을 빼앗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싸우려는 자가 악마로 보일 때까지 눈감고 기도하라고 말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전쟁을 비디오게임이나 컴퓨터 오락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만큼이나 헛것을 보게 된다.

이라크전이 터졌을 때 13살의 소녀 샬럿 앨더브론은 눈을 뜨고 자신의 얼굴을 보라는 말로 반전 메시지를 전했다. “저를 한번 보세요. 찬찬히 오랫동안. 여러분이 이라크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걸 생각했을 때, 여러분 머릿속에는 제 모습이 떠올라야 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죽이려는 바로 그 아이입니다. 이건 액션영화도, 공상영화도, 비디오게임도 아닙니다.”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우리를 놀라게 한 악마성이란 바로 그런 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전쟁광들은 겁쟁이들이 전쟁을 두려워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을 똑바로 볼 수 없는 겁쟁이들만이 전쟁으로 이권을 챙기는 사기꾼들에게 놀아난다. 테러에 대한 공포, 악에 대한 공포로 주눅 들었을 때 사람들은 전쟁에 빠져드는 것이다. 하지만 기억하자. 공포로 한없이 웅크러들 때 내 안에서 악마가 자라난다는 것을. 그리고 세상의 모든 파시스트들은 겁쟁이들이며, 겁쟁이들 속에서 자라난다는 것을.

고병권 연구공간 ‘수유+너머’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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