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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1.17(수) 19:36

출산 파업에 ‘공권력 투입’?


‘아줌마’와 아저씨는 대칭적이지 않다. ‘아줌마’는 비하적인 의미가 있다. 이 말은 ‘아기 주머니’→‘아주머니’→‘아줌마’의 유래를 갖고 있어서, 대개 여성들은 ‘아줌마’ 소리를 싫어한다. ‘아줌마’ 담론은, 여성을 ‘애 낳는 기계’로 환원하여, 여성의 출산력을 국가, 가족, 민족 등 사회 단위의 구성과 유지의 주요 수단으로 보는 것이다. 1900년대 초 미국 정부는 백인 여성의 출산 거부를 ‘인종 자살’이라고 비난했다. “여성은 미래의 조국 병사를 낙태할 권리가 없다.” 이것은 90년대 초 동유럽 슬로베니아 집권당 강령이었다. 인구를 국력으로 보는 관점은 동서고금을 초월하여 반복되어온 가부장제 사회의 기본 원리이다. 대다수 한국 남성들이 일제시대의 ‘군 위안부’ 경험을, “우리 민족의 여성을 유린한 것은 겨레를 유린한 민족의 수치”라고 여기는 것도, 동일한 맥락에 있다. 성폭력을 여성의 인권 침해가 아니라 민족 말살로 간주하는 것은, 민족 개념이 여성의 성에 의존, 억압, 매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2002년) 한국의 출산율은 1.17로, 이는 당대 세계 최저일 뿐 아니라 근대 이후 역사상으로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미 70년대 ‘출산 파업’으로 ‘국가 구성의 위기’를 경험했던 프랑스나 일본도 1.5선을 유지했다. 한 해 출생아 수도 1992년 73만9천명에서 2002년에는 49만5천명으로 33%나 줄었다. 지금의 출산율이 지속될 경우, 2100년 한국의 인구는 1621만명으로 감소된다. ‘문제는 심각하다.’ 국가 입장에서는 공황에 가까운 위기의식을 느낄 만하다. 여성이 당하는 차별과 폭력에는 무관심한 국가가, 여성과 관련한 사회 문제 중에서 주도적으로 개입하는 유일한 사안이 출산이다.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출산 억제 국가였다. 정부는 세 번째 자녀를 출산하는 부모에게 장려금을 주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나는 여아 낙태를 막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1992년의 경우, 셋째 자녀 이후의 성비가 여아 100 대 남아 194.5였다). 현재와 같은 방식의 정부의 출산율 제고 대책은 원인 진단도 대책도 되지 못한다.

기혼 여성의 출산율은 두 명에 가까운 1.89로, 저출산 원인은 자녀를 둘 낳은 부부가 셋을 낳지 않아서가 아니다. 저출산의 주원인은 가임 적령기의 여성이 결혼 자체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이 서른 살에 육박하는 29.7살이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여성(41.5%)이 남성(19.9%)보다 두 배 이상 부정적인 결혼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제까지 한국이 과도한 군사비 지출에도 경제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사회 복지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고 이를 가족 내 여성의 성역할 노동으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여성들은 더는 이러한 이중 노동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으며, ‘현모양처’와 ‘커리어우먼’ 사이에서 분열과 고통을 감수하지 않는다. 저출산은 그간의 성차별에 대한 여성들의 조용하지만 격렬한 저항이다. 가부장제 사회가 던진 부메랑인 것이다. 저출산은 전통적인 여성 억압의 기제였던 출산을 저항의 무기로 삼은 여성들의 정치적 선택이다.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는 것은, 노동자가 생산 수단을 소유하는 것보다 더욱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가져온다. 저출산은 필연적으로 국민과 노동자 범주를 재구성한다.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은, ‘고령자’와 기혼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는 물론, 서구처럼 이주 노동자의 적극적 수용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이제 혈연적 민족주의로는 적정한 인구를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급진적’인 대안이 아니라 몇 년 안에 우리 앞에 전개될 불가피한 미래다. 여성의 출산을 독려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은 대책이기 이전에, ‘불가능한 임무’다. 국민과 노동자의 개념을 바꾸고 인종적, 성적, 연령적 다양성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다.

정희진 서강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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