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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1.07(일) 20:52

부안항쟁과 11·20 경찰계엄


오는 11월20일은, 전북 부안 사람들에게는 특히 잊혀질 수 없는 날이다. 치열하게 핵폐기장 반대투쟁을 5개월째 해오던 지난해 11월20일, 결국은 부안지역이 ‘경찰계엄’ 치하에 놓이는 사태로 치닫고 말았다. 지난해 7월부터 부안 사람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핵폐기장 반대투쟁에 나섰고 전투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진압에 맞서는 부안항쟁의 대장정을 시작하였다. 다양한 방식이 동원된 투쟁 끝에 정부와의 대화기구가 마련되었고, 그러나 끝내 정부가 시간끌기로 부안사태를 장기화하고자 할 뿐 부안 군민들의 핵폐기장 백지화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마침내 부안사람들은 11월19일 민란사태로 분노를 표출하였다. 부안읍 시내 곳곳이 화염에 휩싸이고 부안예술회관이 불타는 등 예측 불허의 사태로 비화되었다. 정부는 즉각 경찰계엄으로 응답하였다.

11월20일 이후 부안군 일대에 주둔한 전투경찰 병력은 무려 8천명에서 1만명에 이른다. 7만명이 채 안되는 부안 군민 인구수에 대비하면 가히 살풍경한 숫자다. 면 단위들마다 1~2개 중대가 주둔했으며 군 내외 주요 도로들을 통제하였다. 부안 읍내에서는 ‘까마귀떼들’이라 불리는 전경들이 촛불집회를 열어왔던 반핵민주광장 도로를 점거하고 골목마다 진을 치고 있으면서 노란 옷을 입고 노란 촛불을 든 반핵전사들의 운집을 원천봉쇄 하였다. 그들은 노인네들과 아이들까지도 폭행하였다. 이미 7월부터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행을 접해온 부안 군민들이건만 경찰계엄이라는 새로운 국면은 소도시 혹은 시골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처럼 1년 전, 부안에 한달여 동안 지속된 ‘경찰계엄’이 있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런 사실이 있었는지조차 잘 알지 못한다. 잊어버린 망각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 자체를 부재화하는 공모자로서 말이다. 어쩌면, 군수 폭행과 공공기관 방화와 같은 폭력행위를 일삼는 폭도들의 모습으로 부안 군민들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더군다나 부안 사람들은 지역이기주의로 핵폐기장을 반대하고 있지 않으냐 하면서 말이다. 부안 사람들은 고립된 싸움을 해야 했고 억울하게도 왜곡된 이미지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부안 사람들의 핵폐기장 반대투쟁은 지역이기주의가 결코 아니거니와 독단적으로 핵폐기장 유치 신청을 하여 군민들을 배신한 부안군수와 그를 옹호해준 노무현 정부에 대한 민주주의 항쟁이고, 그 항쟁을 극한적으로 무력화하려 했던 것이 바로 11·20 경찰계엄이다. 민주화된 시대에, 참여정부의 나라에 경찰계엄이라니, 얼마나 부조리한 일인가.

경찰계엄으로까지 치달은 부안항쟁은 부안지역만의 사안도 아니고 부안 주민의 몫으로 따돌려질 일도 아니다. 부안사태는 핵산업 및 전력권력이란 한국사회적 모순이 지역적으로 전가된 결과이고, 그것을 고스란히 부안 사람들이 강제로 떠안아 고통당하고 희생당하며 비난당하는 꼴로 되어 왔다. 그러니 부안항쟁은 곧 한국사회의 사건이고 국민 전체가 풀어야 할 몫이다. 가까이는 광주항쟁과 6월항쟁에 이어지는 역사성을 가지며, 그러나 그것들과는 또다른 차별성을 갖는 민주주의 투쟁으로서 부안항쟁은 오늘 한국사회를 재조명하도록 하는 질문을 던져준다. 부안에서만이 아니라 참여정부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진압은 여기저기서 드러내 왔으니, 국가폭력에 의존하여 국민 저항권과 인권을 말살하는 탈민주주의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17개월째 계속되는 부안사태는 노무현 정부가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이것저것 재지 말고 용기있게 ‘부안 백지화’를 선포하라. 그것만이 경찰계엄과 국가폭력으로 짓밟힌 부안 사람들에 대한 사과이며, 책임있는 자세다. 아울러 원전정책을 지양하고 에너지 대안 정책을 적극적으로 진지하게 모색하는 것만이 국민들의 삶과 생명을 안전하게 책임지려는 태도이자 한국사회의 미래에 희망을 안겨주는 하나의 가닥이지 않겠는가. 부안항쟁과 11·20 경찰계엄은 그렇게 기억된다.

고길섶 〈문화과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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