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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7.11(월) 18:03

“홍석현 대사, 삼성공화국의 ‘베를루스코니’ 될지도”


“앞으로 개헌 논의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아니라, 삼성의 로비에 따라 내각제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중앙일보>와 삼성이 정치의 전면에 나서게 될 것입니다. 이건희·홍석현 일가가 한국의 베를루스코니가 될 지도 모릅니다.”

‘삼성공화국’ ‘삼성의 나라’ ‘삼성민국’…. 최근 한국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삼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28일 삼성 문제를 다룬 한 토론회에서 신학림 전국언론노조연맹 위원장은 경제권력으로서의 삼성, 언론권력으로서의 <중앙일보>가 정치권력까지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6일 오전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신 위원장을 만나 이 충격적인 이야기의 전말을 들어봤다.

-삼성의 등에 엎힌 홍석현 주미 대사(전 <중앙일보> 회장)가 한국의 베를루스코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는데?(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의 최대의 경제·언론 재벌로 수많은 부정부패에 연루됐으나, 현재 두번째 총리직을 맡고 있다.)
=97년 대선 때 <중앙>은 이회창과 한나라당의 기관지 노릇을 했다. 이회창이 되면 다음 대통령 후보는 홍석현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최근 한나라당에서 신문·방송법을 개정해 신문·지상파 방송 겸영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주요 지상파가 민영화되면서 조·중·동의 소유로 바뀔 수도 있다. <중앙>의 경우 현재 지상파를 제외한 모든 종류의 매체 40여개를 갖고 있다. 지금도 삼성과 <중앙>을 어쩌지 못하는데, 이들이 지상파까지 장악하면 어떤 정치권력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개탄스러운 일은 1999년 홍석현씨와 그 일가가 1999년 1천여개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700억원에 이르는 소득을 빼돌리고 세금을 포탈해 수감됐는데, 이런 사람을 사면해주고 주미대사로 임명한 것이다. 그의 동생 홍석조씨는 검찰의 고위관리고, 또다른 동생 홍석규씨는 보광그룹을 이끌고 있다. 미국에서 탈세하면 패가망신하고 고위 공직은 꿈도 꿀 수 없다. 이런 사람이 주미대사인데 어떻게 국제사회에서 자존심을 세우고 자주외교를 할 수 있겠나? 5년짜리 대통령이라서 이들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내각제로 갈 위험성이 있다고 했는데, 정치권에서 이런 조짐을 발견했나?
=나는 개헌 논의 자체가 상당히 위험하다고 본다. 5년 단임제의 보완 차원에서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개헌 논의 과정에서 삼성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총공세를 벌이면 내각책임제로 갈 가능성이 있다. 헌법 119조2항에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정부가 경제 개혁에 나설 수 있는 근거가 이것이다. 그러나 개헌이 이뤄지면 삼성은 이 조항을 빼자고 로비할 것이고, 이게 통과되면 정부는 삼성에 대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이 “권력이 시장에 넘어갔다”는 이야길했는데, 이런 식으로 개헌이 되면 삼성은 내용뿐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대한민국을 지배할 수 있다. 삼성제국이 대한민국을 장악하고 이것이 제도를 통해 영속화할 수도 있다.
또 지난 6월28일 삼성 관련 토론회에서 심상정 의원이 피디피 특별소비세 인하를 이야기하면서 “입법 과정에서 삼성의 요구와 주장이 관철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간단한 산수도 삼성이 개입하면 복잡한 방정식이 된다”고 말했는데, 과연 대한민국인 공화국인가를 의심케 하는 상황이다. 내각제가 되면 사실상 정부와 국회는 삼성과 다른 재벌의 로비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정당은 허수하비가 되고 삼성 등을 대변하는 국회에는 물밑의 비공식 교섭단체가 여럿이 생길 것이다. 이러면 대한민국은 끝장난다.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이 잘못 돼가는 것인가?
=노무현 정부가 신문시장에 대해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중앙>이 ‘상대적으로 덜 악랄하게’ 공격한다고 해서 청와대 일부에서 ‘조중동’에서 ‘조동’으로 부르자고 했다고 한다. 이런 것이 노무현 정부의 바닥에 깔려 있어서 언론정책이 안 되는 것이다.
당선자 시절부터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일관된 요구를 해왔다. 정부는 헌법에 보장된 언론 자유, 편집권의 독립 영역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디제이 때 박지원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사적인 영역인 신문 시장, 신문 기업 영역은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 2003년 5월 신문 고시를 개정할 때 정부가 ‘자율 규제’라는 명분을 내세워 신문 고시를 신문협회에 위임했다. 당시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시장 질서를 유지할 권한과 책임은 정부에만 위임된 것인데, 어떻게 이것을 사업자 단체인 신문협회에 위임할 수 있느냐, 이런 것은 자본주의에서 있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현재 1년 구독료의 20%까지 경품을 허용하고 무가지도 돌리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신문고시를 개정해서 경품은 금지하고 무가지는 한 달 정도만 주는 방안을 실시하면 시장은 훨씬 건강해진다. 이렇게 하면 <중앙>을 비롯해서 돈으로 신문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신문들을 바로잡을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서 조중동과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고 비판의 빌미를 줄 필요가 없다. 신문 시장의 질서를 정상화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며, 정말 바람직한 언론정책이다.

-지난 5일 문화관광부가 기획예산처에 신문발전기금 250억원, 신문유통원 지원금 150억원 등 400억원을 신청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유통원 지원금은 언론노조의 요구액 1천억원과는 큰 차이가 난다.
=정부가 텔레비전 난시청 지역을 해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앙>이나 <조선일보>같은 대형 신문사도 배달할 수록 손해이기 때문에 군 단위 지국을 포기하고 있다. 전국의 모든 지역에 사는 국민들이 보고 싶은 신문을 볼 수 있게 배달망을 만들어주는 것이 신문유통원이다. 특정한 신문을 지원하거나 배제하는 것 아니고 어느 신문이나 참여할 수 있다. 정보통신망을 깔듯 신문의 배달망을 만들어 공정한 여론 형성을 돕자는 것이다.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정부가 신문유통원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유통원에 대한 문제는 신문발전위원회가 독립적으로 결정해야 하고 재정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신문유통원은 전면적으로 전국적으로 실시한다는 전제를 갖고 그에 맞게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필요한 만큼 예산을 책정해야지 예산을 정해놓고 그만큼만 하라면 신문유통원은 제대로 될 수가 없다. 최소 첫해에는 1천억원 이상이 있어야 더 많은 지역에서 배달망을 마련할 수 있고, 여러 언론사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 지금 액수로는 문화부가 계획한 90곳이 아니라 50곳도 안 될 수 있다. 기획예산처에 증액 요구를 하겠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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