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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6.14(화) 07:54

여론 독과점 깨질까 위기감?


△ 지난 9일 신문법과 언론피해구제법의 위헌소송을 낸 조선일보사가 10일치 3개 지면에 걸친 특집기사를 실어 소송 제기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신문법 위헌소송 내용 따져보니
신문법, 누가 왜 흔드나

다음달 28일 시행되는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은 48개 조항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9개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조선일보>가 지난 9일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올 1월1일 법제처 심의를 거쳐 여야 합의로 제정된 신문법 내용의 반 이상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앞서 지난 2월 위헌 심판을 청구한 <동아일보>와 견줘보면, 훨씬 더 포괄적이고 공세적이다. 관련 보도를 위해 따로 3개 면을 늘렸다고 1면에 알렸을 정도다.

조선과 동아가 위헌 심판을 청구한 내용은 신문법 제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언론학자나 언론·시민단체들의 표현을 빌리면 “반박하기에 입이 아플 정도로 낯익은” 사안들이다. 1개 50%, 3개 75%인 공정거래법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을 신문산업에 대해 30%, 60%로 낮춘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시장지배적인 신문에 신문발전기금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는 식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시장지배적 신문 지원않자 "차별" 주장
편집자율성 조항도 "발행인 배제" 억지
"포상금제 이후 발행부수 40만부 줄어"

하지만 이는 공익성을 감안해 신문이 이미 부가가치세(판매) 면제와 각종 우편요금 할인 등 상당한 예외적 대우를 받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것이다. 게다가, 언론학계에서는 신문이라는 여론상품의 특성상 시장점유율 상한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던 터였다. 문종대 동의대 교수(언론학) 등은 “신문시장은 학력·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구독률이 높아 중상층을 중심으로 독자시장이 형성돼 있다”며 “학력·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의 여론이 소외됨으로써 대의민주주의에 기초한 정책결정 과정에서 이들 계층이 과소 대표되기 쉽다”고 지적해 왔다.

이들 신문이 신문법 제3조 “정기간행물 사업자는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편집인의 자율적인 편집을 보장하여야 한다”도 문제삼는다. “발행인을 배제한 채 기자집단이 편집권을 전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조선)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문법은 노사 동수 편집위 구성을 강제하지도 않거니와, 기자집단에게만 편집권이 속한다는 논리를 깔고 있지도 않다.

기존 정기간행물 등록 등에 관한 법률(정간법)에 있다가 신문법에 그대로 옮겨진 내용도 위헌의 눈길을 받는다. 방송 등 다른 매체에 대한 신문의 소유 금지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전에도 신문은 지상파를 빼고 다른 방송에 진출할 수 있었다. 문제는 미국조차 금지하고 있는 신문의 지상파 소유를 허용할 거냐 하는 점이다. 이는 신문시장 정상화 이후 열린 논의가 가능하다는 게 신문법 제정 당시 대체적 분위기였다.

무리한 주장을 펼치면서 공세적으로 제기된 위헌 청구의 배경에 대해 정연구 한림대 교수(언론학)는 “정부가 공적인 자금을 투입해 각종 행정정보 전달을 겸할 수 있는 신문유통망을 형성하려는 시도에 대한 발목잡기”라고 분석했다.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도 “신문유통원을 통한 공동배달망이 수도권과 대도시에 구축될 경우 족벌신문들의 지국체제가 흔들리게 된다”며 “위헌 소송과 신문유통원에 대한 악의적인 보도는 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미 지난 4월부터 경품·무가지 제공 행위에 대한 신고포상금제가 시행된 이후, 거대신문 지국들은 상당한 어려움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인쇄업체 한 관계자는 “‘조·중·동’의 발행부수는 지난 2~3월과 견줘 35만~40만부 축소됐다”며 “그만큼 지국에 전달되는 무가지가 줄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조준상 기자 sang21@hani.co.kr


“신문유통원은 고비용 개선취지, 거대신문들도 참여길 열려있어”




조선·중앙·동아일보가 신문법과 신문유통원 비판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신문법 제정과 신문유통원 설립 취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지는 양상이다. 먼저 신문법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제한하기보다는 혼탁한 신문시장을 정상화하고 여론의 다양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짜여 있다는 게 시민단체와 학계의 일반적 견해다. 신문법은 1개사의 시장점유율이 3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60% 이상인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다고 시장점유율을 강제적으로 낮추도록 하는 조항은 없다. 다만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신문발전기금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한 남용행위를 할 경우에 한해 과징금을 부과받게 될 뿐이다.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서라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시장점유율을 더 늘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신문유통원은 신문 전체의 진흥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라는 게 시민단체와 학계의 설명이다. 신문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고비용 저효율 방식의 판매구조를 개선해, 모든 신문사가 이용할 수 있는 공동의 배달 인프라를 만들자는 것이 신문유통원 설립의 본뜻이라는 것이다. 신문법 37조는 “국민의 폭넓은 언론매체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신문유통원을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정권 입맛에 맞는 특정 신문만 배달하는 것 아니냐는 건 억측에 불과하다”며 “조·중·동도 참여해 전체 판매비용을 낮추고, 신문 내용으로 독자의 선택을 받는 공정 경쟁의 토대를 만들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중·동이 12일치에서 한겨레와 경향신문, 국민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등 6개 신문사가 문화관광부에 제안한 신문유통원 설립 방안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것을 두고도 “신문유통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방안을 제시한 것인만큼 구체적 논의로 보완해 가면 될 일이지,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이용상 한서대 교수)는 지적이 나온다. 이 설립 방안 작성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전국적인 유통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공익적 정보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각종 공과금 고지서 전달창구로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일 뿐, “‘정부 기관의 정보 유통 라인’(<동아일보>) 운운은 억측일 뿐”이라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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