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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0.11(월) 19:27

말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 멀게 느껴졌다. 내가 좋아하는 큰오빠처럼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마음씨 좋게 생긴 어떤 오빠가 나를 자전거에 태워주겠다고 했다. 신이 나서 자전거 뒷자리에 탔는데 그 오빠는 우리 집 가는 길목에 나를 내려주지 않았다. 힘이 들어 나무그늘에서 잠깐 쉬었다가 집 앞까지 태워다준다고 해서 그냥 그런가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린 내 얼굴에 뽀뽀하는 그 오빠의 눈 속에서 나는 뱀을 보고 말았다. 저항하고 싶어도 두려움으로 목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다행히 호미 든 아주머니가 그늘을 찾아오는 바람에 그 오빠는 마음씨 좋은 얼굴로 휙 달아나 버렸다.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닌데도 수치스러워서 엉엉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고 그날 밤 경기를 했다.

대학생이었을 때 내가 무척 존경하고 사랑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소중하고 아름다웠다. 사회 정의를 주먹 쥐며 얘기하던 시절이라 그의 후배들과 술을 마시며 밤 새워 토론한 적이 있다. 여자 남자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자리였고, 내 연인의 후배들이며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라는 믿음 때문에 아무 두려움 없이 나는 한쪽 귀퉁이에서 잠을 청했다. 그런데 새벽 무렵 누군가가 내 몸에 손을 대는 섬뜩함이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은 평화롭게 잠을 자고 있는데 내 옆에 누워있는 눈감은 사람의 손이 뱀처럼 내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 자리를 뛰쳐나온 나는 내 연인과 그의 세계까지도 오랫동안 부정하였다. 속이 뒤집혀서 며칠 동안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마흔 살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나는 이런 식의 이야기를 수도 없이 할 수 있다. 나만 운이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 땅에서 여자로 태어나 살고 있는 사람들과 얘기해 보면 느끼는 정도가 다를 뿐이지 비슷한 아픔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밀리는 버스와 지하철 안에서, 영화관에서, 학교 앞에서, 친척집에서, 직장 회식자리에서….

그런데 성폭력 피해가 여성에게 일반적인데도 불구하고 피해자로서 아픔을 호소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또 가해자로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것은 아무도 성폭력 피해에 어떻게 대처하고 이겨내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피해자의 영혼이 얼마나 상처받는지, 가해자로서 어떻게 용서를 빌어야 화해할 수 있는지도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화와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 건강한 민주사회가 된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이제는 우리 사회도 성폭력 문제에 대해 터놓고 얘기해야 한다. 피해자의 수치감을 자극한다거나 가해자를 비난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말이다.

누구는 이런 말을 한다.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할 수 있는 일이지 무얼 그렇게 시시콜콜 따지느냐고. 그런데 이 세계의 절반은 여성이고 그 여성이 아파하고 있다면 당연히 귀기울여야 한다. 아마도 우리의 어머니가, 아내가, 누나가, 여동생이, 딸이 겪는 일이라는 생각을 단 한 번만이라도 해본다면 이 문제를 얼마나 빨리 풀어가야 하는지 결심이 설 것이다.

오금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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