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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9.13(월) 19:06

순댓국


외근이 잦다 보니 때를 놓쳐 뒤늦은 점심을 먹거나 아예 건너뛰기도 한다. 일이 잘 되면 안 먹어도 배부르겠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엔 밥을 고봉으로 먹어도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하지만 해거름에 바람이 솔솔 불고 도시의 불빛이 하나 둘 반짝이는 가을날, 유독 순댓국이 떠오르는 이유는 딱히 없다.

외근을 나가다가 혹은, 퇴근 후 입이 심심하다거나 그냥 아무 생각없이도 종종 그 순댓국집을 찾곤 했다. 가게 이름도 ‘순댓국집’인 허름한 건물 외양에다가 고만고만한 탁자 몇 개, 한쪽에는 마지막 손님이 갈 때까지 저 혼자 켜져 있는 텔레비전 하나, 그리고 환갑이 다 되어보이는 주인아저씨. 국밥 3000원, 소주 한 잔. 퇴근길을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저것들이 그리워지면 발걸음은 여지없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국밥 한 술 뜨다가 술 한 잔 하고, 텔레비전 보다가 귀가 약간 어두운 주인아저씨와 순댓국밥의 기원부터 시작해서 정치며 현 시국에 관한 걱정, ‘세계의 평화는 언제 올까’까지에 이르면 술병과 국밥은 그제서야 바닥을 보이기 마련이다. 며칠 전에는 서로의 가족사에 대한 얘기꽃을 피우다가 우리 집에 텔레비전이 없다는 이유로 참으로 안타까워하며 무릎을 치셨지만, 곧 그렇게 욕심 없이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활짝 웃으셨다. 그게 아니라고 몇 번을 말씀드려도 손을 내저으며, “아냐, 사는 데 꼭 필요한 것만 구해서 사는 사람이 어딨겠나. 다들 더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니까 싸우고 뺐고 미워하는 거지. 잘했어. 근데, 저녁에 심심하지 않으셔?”

물론 텔레비전과 욕심 없이 사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결혼할 당시 아내와 나는 단지 텔레비전이 없으면 하루하루가 어떨까, 하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양쪽 어른들은 지금까지도 가끔 “텔레비전이 없이 어떻게 사누” 당신들이 텔레비전을 못 보는 것처럼 안타까운 탄식을 하시지만, 그리고 월드컵 4강과 집들이가 겹친 날, 친구들의 협박으로 잠시 텔레비전을 공수해 온 것을 빼면 불편하게 지낸 적은 없었다.

정작 욕심 없이 사는 분은 순댓국집 주인아저씨였다. 20여년을 해오면서 돈도 많이 버셨을 것 같지만 매일같이 파는 밥그릇 수는 비슷하단다. 나 같은 단골들이 많아서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그 맛을 못잊어 가끔씩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고 그러는데, 맛을 보면 그럴 만하겠지 싶다. 순댓국밥이 그렇게도 먹고 싶어지는 이유는 아마도, 지친 하루에 허해지고 상처받고 가난해진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덥히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 순댓국집 텔레비전에서 쏟아져 나온 소식들, 속이고 빼앗고 죽이고 살리고 더럽고 썩은 냄새가 가득한 그런 소식들을 보면서 결국 그 모든 일들이 사람들이 만들어낸 욕심의 바벨탑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 편의 드라마보다 더 잔인하고 눈물나게 마음 아픈 일들이 이 땅에서 그리고 바다건너에서 시도때도없이 발생하는 이런 시대를 우리들에게, 내일부터는 부디 좋은 일들만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혹시 모르지. 그때 되면 텔레비전을 사게 될지.

안민규/보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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