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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 자판기 바로 보기/ 이수열


온라인 게시판에서의 뜨거운 토론을 거쳐, 지난 학기 경북대에는 구내에 콘돔(또는 페미돔) 자동판매기가 설치됐다. 개인적으로는 피임문제가 공론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 논의와 피임교육의 사각지대인 우리 나라에서 이 문제가 사회적 의제가 되고, 결국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기성 언론은 콘돔 자판기 설치를 둘러싼 다양한 논란을 아예 무시해 버리거나, 지극히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로 이를 가십거리로 전락시켰다. 건강한 토론을 예상했던 내 바램도 물거품이 됐다.

주변 친구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떻게 신성한 학당에 그런 것을”, “대학이 무슨 러브호텔이야?” “그런 일로 학교 이름이 신문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 등이 그것이다.

이런 의견들의 공통점은 `콘돔'을 피임도구로 바라보기 이전에 무언가 부끄러워 해야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심지어 콘돔 자판기가 무분별한 섹스의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콘돔이 비아그라도 아니고 성욕을 증진시킬 리 만무한데 어떻게 섹스의 증가를 가져온다는 것일까? 소화기를 보고 `불질러 보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피임도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우리 사회 왜곡된 성문화의 일면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유교사상과 개방적인 서구문화의 수입이 맞물려 우리는 모순적인 성문제 확산을 목도하고 있다.

앞에서는 고고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인기인의 포르노'를 접할 기회가 생기면 이를 찾아보기 바쁜 사람들, 학교나 가정이 아니라 포르노와 같은 음성적인 경로를 통해 성교육을 받는 학생들, 프리섹스는 증가하는 반면 여전히 터부시되고 있는 피임, 10대들의 낙태가 증가하는데도 이를 막을 수 있는 길을 가르치는 데 소흘한 학교…. 자연스런 욕구의 표출이 `불건전'으로 낙인찍히는 억압된 구조 아래에서 우리의 성은 방황하고 있다.

특히 `잘못된 임신으로 인한 낙태'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피임연구회에서 행한 한 조사에 따르면 매년 태어나는 아기 수는 70만 가량인데 비하여 낙태건수는 150만에 달한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전체 낙태건수의 절반 이상이 미혼모라는 것이다. 또한 기혼여성의 절반이 한번 이상의 낙태를 경험하고, 평균적으로 가임 연령 기간 중 두 번의 낙태를 경험한다고 한다.

20초마다 새 생명이 죽어가고 그 어머니 또한 엄청난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안고 살아야만 하는 비인간적인 현실 속에, 이제는 섹스를 우리의 생명과 삶의 문제로 끌어안아야 하지 않을까? 솔직한 성교육을 통해 피임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피임도구를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등의 조치는 왜곡된 성문화를 바꾸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아이야! 넌 그렇게 모든 것을 아름답게만 보는 것만 배웠지 않니? 추한 것들은 가리라고 배웠지. 피우지도 못한 아이들의 불꽃을 꺼버리게 누가 허락했는가? 언제까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반복하고 살 텐가?!' (에초티의 `아이야' 가운데)

이수열/경북대 행정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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