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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리 잃은 인문학/ 석민수


요즘 대학 졸업 예정자들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이다. 이는 다른 학우들에게도 `강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수요가 없는 사회로 진출하는 새내기들은 목전에 닥친 `취업'이란 높은 벽 앞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다른 학생들보다 더욱 두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있다. 바로 인문학을 전공한 학생들이다. 사회가 선호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이들의 심정은 두려움을 넘어 비참함 그 자체다. 토익점수와 취업을 미리 생각했던 `똑똑한' 몇몇 학생들을 제외한 수십만 인문학 전공자들은 지금, 목적지를 잃었다.

한국의 대학은 대부분 인문학에 관련된 학과를 설치하고 있다. 그들은 대학 4년 동안, 인간세계의 본질을 파헤치는 공부를 한다. 예를 들어 역사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한국과 동양 또는 세계 전체의 역사를 배우고 그 속에서 중요한 흐름을 배우고 또 그 흐름의 원동력을 배우고 그 원동력을 현대사회에 조명함으로써 현재의 문제점을 통찰하여 미래를 전망하는 연습을 한다. 제대로 훈련받았다면 그들은 역사와 사회의 흐름을 꿰뚫을 줄 아는 일종의 전문가로 키워진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사회의 현실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다. 인문학을 위한 기반이 없는 것은 물론, 아예 효용없는 학문으로 인식하는 한국사회는 그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른바 `강대국'들은 균형잡힌 산업구조, 선진화된 정치와 행정체계, 성숙한 시민의식 외에도 훌륭한 인문학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프랑스, 독일, 이태리, 영국 등 서구 선진사회의 시민들이 그들의 나라에 자부심을 갖는 것은 단지 산업이 발달해서가 아니다. 정작 그들의 자부심은 돈이면 다되는 `미국식'사고와는 다르게, 그들 선조 인문학자들이 그들에게 물려준 유산, 즉 항상 본질을 알고 그 가치를 추구하는 심오한 여러 사상적 흐름으로 형성된 문화 때문일 것이다. 가까운 중국의 베이징 대학에서도 아이티(IT)관련 산업에 무게가 집중되는 현상을 걱정하며 인문학적 전통과 중요성에 대해 다시 자각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이 또한 인문학적 기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와 국력의 신장은 단순히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쏟아 붓는 것이 아니다. 그 자본과 기술을 적절하게 안배하고 투입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며 그와 함께 올바른 생각과 사고를 가진 정치집단과 시민사회가 병행돼야 한다. 우리 사회가 이토록 암울한 시기를 보내야 하는 이유도 정책, 정치집단, 시민사회의 등대가 될 바른 사상과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인문학이 이런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케인즈 경제이론에 의한 대공황의 탈출, 사회민주주의를 통한 북유럽의 복지국가 등의 경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인문학은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게 해 주었다.

이 글은 인문학도들의 일자리를 구걸하려는 게 아니다. 한쪽으로 편중된 우리사회에서 꼭 필요한, 그리고 한국의 여러 문제 해결에 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수십만의 전문가들이 매년 사장되고 있음을 알리고자 함이다.

석민수nura82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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