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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만난 '두가지 사랑'/ 박성용


얼마 전 경기도 성남에서 서울로 오는 일반버스를 탔다. 퇴근시간대라 그런지 버스 좌석은 만원이었다. 나는 버스 뒤편에 서서 신문을 꺼내 읽고 있었다. 버스가 서울로 진입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내렸고 서 있는 사람도 몇 명 정도로 줄었다.

그런데 버스 안 분위기는 처음보다 더 시끄러워졌다. 이상해서 살펴보니 자리에 앉아 떠드는 남녀의 목소리였다. 20대 초반으로 보였고 너무 다정해 보여서 연인 사이로 생각하고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갈수록 그들의 목소리는 커져만 갔다. 여자가 남자의 귓볼과 얼굴을 만지는 정도는 다행이었다. 남자가 여자의 어깨를 껴안고 가슴에 얼굴을 묻고, 여자는 뒤질세라 얼굴에 입맞추면서 큰소리로 좋아라 웃는 것이었다.

주위에는 어른들이 많았는데 혀를 내두르는 모습이었다. 나 역시 젊은 사람으로서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왠지 꼴불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사람들의 눈총이 뜨거워졌을 무렵, 할머니 한 분이 타셨다. 주위에는 모두 나이 드신 분들이었고, 뒷자리에 앉은 젊은 사람들도 대부분 잠들어 있었다. 할머니는 그 연인들 앞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옆에 다가온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도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때 연인들의 뒷자리에 앉아 있던 20대 중반의 사내가 일어나 자리를 양보했다. 아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자기 자리를 양보하지 않아도 됐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순간 보았다. 자리를 양보하려 일어섰던 사람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을…. 장애인이었던 것이다. 그는 절뚝거리는 다리를 정상인처럼 보이려 애쓰고 있었음에도 흔들리는 차량 때문에 이리저리 기우뚱거리며 불안해 보였다.

그가 자리에 앉으실 것을 권유하자 할머니는 한사코 싫다고 하셨다. 오히려 몸이 불편한 젊은이가 앉으라며 실랑이를 벌였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내 마음엔 찡한 눈물이 맺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몹시 부끄러워지는 뜨거움을 느꼈다. 물론 내게 양보할 자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가 나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었다. 버스에는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결코 큰 키도 좋은 체구도 아닌 그 장애인이 왠지 모르게 거인처럼 커 보이는 것을 보았다.

다음 정거장에서 버스를 내린 나는 최근에 읽은 한 신문 기사를 떠올렸다.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사회적 빈곤층이라는 기사였는데, 이제 겨우 그 말의 뜻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사랑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 두 연인들의 뜨거운 사랑? 그들이 정말 사랑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아마 할머니에게도 자리를 양보할 생각이 나지 않았을까? 그들의 그 사랑을 조금만 나눠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희망과 사랑을 나누는 일은 그리 멀리서 찾지 않아도 우리주변 가까운 곳에서 있다는 것을 나는 깨닫게 되었다.

박성용/경희대 국어국문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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