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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요금 감시카메라 승객도 '굴레'/ 여은정


며칠 전 전북 익산을 다녀왔다. 익산에서 일을 마치고, 삼례로 해서 전주를 가려고 삼례터미널에서 좌석 버스를 탔다. 그런데 버스에 올라 타서 밖을 보니 집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눈에 띄었다. 버스를 바꿔 타려고 운전기사 아저씨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돈을 되돌려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아저씨는 돈을 내 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감시카메라가 있어서 탄 손님이 돈을 다시 가져가면 자신이 회사에 가서 욕을 얻어 먹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그냥 내리라”고 했다.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는 아저씨에게 감시카메라는 왜 설치했으며, 감시카메라 때문에 이용하지도 않은 버스 요금을 내는 것이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기사 아저씨는 회사의 방침이라 자기는 잘 모르겠지만 이 일로 자기가 곤란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한참 걱정을 하더니, “학생이 그렇게 따지면 이번만 봐주는데 다음부터는 그런 줄 알고 조심하라”고 말했다.

그동안 버스를 이용하면서 한 번도 감시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기사 아저씨와 말다툼을 하면서 버스 기사들이 버스회사로부터 얼마나 통제를 받고 있는지 그리고 나 역시도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카메라가 결국에는 현장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까지도 감시의 대상으로 삼는, 그리하여 모든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아주 기분 나쁜 장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아저씨와 논쟁(?)을 하다가 결국엔 집으로 가는 버스를 놓치고 말았지만, 감시 카메라가 우리 일상에 아주 가깝게, 그것도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하루 종일 기분이 우울했다.

옷가게, 팬시점, 은행, 엘리베이터, 서점 등 우리들이 무심코 지나쳤던 거의 모든 곳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예비범죄자일지도 모르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하고 기분 나쁘지 않는가?

마치 영화 속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서 카메라에 찍히고 있으며,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보는지 샅샅이 그들에게 공개되는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는 어디를 가도 먼저 감시카메라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살펴보고, 혹시라도 수상한 행동을 내가 하고 있는지 스스로 단속하고, 절대로 남들에게 오해받을 짓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이라도 하란 말인가?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지 묻고 싶다. 잠재적 범죄자인 시민들을 향해 들이댄 카메라인가? 만약에 있을지도 모르는 버스 운전기사의 횡령을 막기 위한 수단인가? 그 어떤 것이라도 기분이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 그것은 사람의 존엄성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행위로 무심코 지나칠 일만은 아니다. 감시와 통제로부터의 자유! 그것을 위해 이제부터는 감시카메라를 5초씩 째려보는 운동을 시작하자.

여은정anti-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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