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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개방, 북한의 개방/ 이강우


“베트남전쟁은 잘못된 쪽이 이겼다.” 지난해 베트남전 종전 25주년을 기념해, 전쟁에 참전한 바 있는 존 맥케인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베트남을 방문하고 돌아가면서 한 말이다. 경제지상주의적인 관점에서 보면 도심 한 가운데, 시클로(자전거로 끄는 운송수단)나 기껏해야 오토바이가 주류를 이루는 베트남은 실패한 나라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작 베트남인들 자신은 이와는 다른 가치기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으며 사회를 평가하는 시각 역시 다르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베트남은 봉건시대부터 중국의 직접통치를 1000년 동안 받았고, 근대에는 1세기 동안 프랑스와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았다. 그러한 오랜 이민족의 통치 속에서 자유, 독립의 숭고하고 절실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이것이 그 뒤 프랑스·미국과의 1·2차 인도차이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원동력이 되었고 결국 베트남 민족은 1975년 자력으로 민족적 숙원인 독립과 통일을 달성하였다. 그 뒤 가치관의 혼란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개방의 길로 나서게 되었지만, 독립·자유의 개념은 개방 속의 베트남을 효과적으로 지탱해주었고 `독립, 자주에 기반한 대외개방'이 여전히 도이모이(쇄신)의 모토가 되고 있다.

1995년 미국과 수교가 이뤄지고 지난해 무역협정이 타결되었지만, 그동안 베트남 개방에 가장 큰 장애는 미국이었다. 자신의 팽창주의에 유일한 상처를 안겨줬던 베트남에 대해 미국은 인권과 종교, 정치적 자유가 없는 불량국가라는 판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독립의 개념을 절대시하고 또 자신들이 외부의 간섭이 없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베트남 국민은, 미국이 힘의 우위를 이용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실패를 인정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보고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제 멀리 고향 땅 한반도를 생각해 본다. 북한은 베트남과 매우 유사한 역사적 배경과 체제를 가지고 있으며, 근래에 개방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시각은 베트남에 대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한국의 일부에선 북한에 대해 상호주의를 요구하며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이것은 역시 한국은 성공한, 북한은 실패한 나라라는 경제지상주의적 확신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이 경제성장 속에 가려진 암울한 상처가 있듯이 북한도 경제적인 낙후 속에서 가지고 있는 독립, 자주의 의미가 있으며 바로 이것이 북한을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는 가운데 하나의 실체로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정체성이다. 패자에게 무릎을 꿇게 하는 패권주의로는 결코 안정적인 교류와 통합을 기대하기 어렵다.

20대 후반의 베트남 국영 텔레비전 기자가 “과거 학교에서 배웠던 것과는 달리 한국인들을 만나보니 머리에 뿔도 없고 송곳니를 따라 흐르는 피도 없더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남북한 역시 오랜 분단과 고립 속에 남겨진 반목과 오해가 경제교류와 이산가족 상봉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풀려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강우/베트남 하노이대학 역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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