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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사회의 과거찾기 신드롬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친구>를 보면서 나는 지난 날에 대한 향수를 느끼기보다는, 그 `향수'를 가지고 `식상한 깡패영화'를 `친구랑 함께 봐야하는 영화'로 둔갑시키는 기발한 마케팅기법에 더 감탄했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그 영화에 열광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더욱 깊이 생각했던 것은 몇 년 사이 대학사회에 번지고 있는 `과거찾기 신드롬'이다.

학교 게시판에는 동문회와 향우회 벽보가 1년 내내 끊이지 않고, 각 학교 앞 정문에서는 금요일 오후만 되면 동문회와 향우회 피켓을 들고 친구들을 기다리는 시위대(?)가 나타난다고 한다. 물론 동문회와 향우회가 <친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이 영화가 한국최대 흥행기록을 노리며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데는 동문회와 향우회를 그토록 챙기는 우리들의 행태가 중요한 원인임에 틀림없는 듯 싶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도 여전히 인기가 많은 <아이러브스쿨>과 같은 인터넷사이트도 <친구>와 같은 맥락에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나 <아이러브스쿨>에 열광하며 동문회·향우회 피켓을 들고 있는 `과거찾기 신드롬'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왜 특정한 시기에 이런 현상들이 일어날까? 내가 보기에는 이런 현상들이 우연이거나 단순히 마케팅의 성공인 것만은 아닌 듯 하다. 사회가 심한 위기를 겪거나 그로 인해 현재의 상황이 암담하게 보일 때, 사람들은 과거로 회귀하려 한다. 과거의 `좋았던 시절'을 그리워하고 당시의 친구들을 만나며 현실의 고달픔을 잊으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비단 우리 사회에만 있는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 영문학사에서, 근대가 태동하고 산업혁명으로 어수선할 시기에 현실에서 벗어나 과거의 신화에 천착했던 낭만주의가 나타났던 예도 있고, 1차대전 이후 혼돈 시기에 히틀러가 과거 독일제국의 영광을 재현하자며 나치즘을 들고 나왔던 역사적 사례도 있다.

나는 우리 대학사회의 `과거찾기 신드롬'이 자연스러운 현상임은 인정한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것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지연과 학연에 바탕을 둔 관계들은 한국사회에 무척이나 부정적 영향을 끼쳐왔다. 육사, 서울대, 경기고, 티케이, 엠케이 등의 말에 우리들이 얼마나 시달려왔던가.

대학생이라면 지금부터 그런 과거지향적인(나중에는 필시 `연줄지향적'이 될) 문화를 거부하는 각성된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수많은 동문회와 향우회로 얽힌 관계 속에서 개인의 독립적 삶의 여지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연줄을 이용하고 거기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그 속에서도 `연줄을 이용할 만큼은 성공한' 사람들이기 마련이고, 결국 연줄 안에서도 모든 이들이 평등하게 대접받기란 퍽이나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연줄로 얽힌 과거찾기 문화보다는 새로운 사회적 관계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 어떨까. 호주제 반대를 위한 친구들 모임, 언론바로읽기 모임, 동성애자 친구 모임, 독립영화 동호회 등 기존 동아리가 아니더라도 새로 만들만한 모임들은 무궁무진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실에 작으나마 목소리를 내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함께 있을 때 우린 아무 것도 두려울 게 없었다”는 <친구>의 선전문구, 그런 무서운 친구들 앞에서 어디 기침이라도 하겠는가? 이제 우리는 옛친구를 만나는 동문회, 향우회와 같은 과거지향 문화에서 벗어나 현재와 미래의 문화를 일궈나가자.

문형준/중앙대 영문과 3년 cau-j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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