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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북과 ‘루르’

20년이라는 시간은 참으로 긴 시간이다. 그래서인지, 지금 `스몰카지노'로 새로운 부흥을 꿈꾸는 강원도 정선 사북지역에서 21년 전 한국 노동운동사의 획을 그은 사북사태가 일어난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기 거의 한 달 전인 4월20일 시작된 파업은 악덕사주에 대한 노동자의 근엄한 심판이기도 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투쟁과 사회에 대항하는 그들의 몸부림은 가진 자에게는 불가항력이었다. 게다가 80년과 90년대를 지나며 석탄의 수요가 급격히 줄고 삶의 터전이 폐광되면서 그들은 가슴속에 석탄가루만을 묻은 채 탄광을 떠나야 했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서방 선진국, 특히 기적의 나라 독일은 우리와 공통점이 많다. 산업혁명 이후 채탄작업이 시작돼 라인강의 기적을 이뤄내기까지 루르공업지대는 독일의 심장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우리와 같은 이유로 그곳의 탄광은 하나 둘 씩 폐광되고 환경과 실업문제라는 심각한 사생아를 낳은 채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독일인의 대처방식은 우리와 달랐다. 내가 자주 들렀던 디자인센터는 바로 이 루르공업지대의 중심부인 에센(Essen)시에 위치하고 있다. 이 디자인센터가 있는 곳도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루르공업지역 최대의 채탄작업을 하던 수직갱도였다. 그 수직갱도를 바우하우스 양식으로 개조해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든 것이 그들의 힘이었다.

비단 에센만이 아니다. 루르공업지대를 횡으로 가로질러 연결되는 리페와 엠셔강이 독일 환경부활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폐수로 오염된 리페와 엠셔강을 되살리기 위해 15년 전부터 40년의 계획으로 그 지류들을 정화하고 자연스런 개천으로 다시 복원시키고 있다. 또한 루르공업지대 전역에는 채탄 쓰레기로 만들어진 수백개의 인공산(할데)을 쉽게 볼 수 있다. 폐광된 지역의 할데야말로 루르지역의 경관을 어지럽히는 골치 덩어리였지만 오늘 날 그 많은 할데는 주정부의 노력으로 풀이 자라고 나무가 자라는 산이 되어 주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독일의 디자인을 보면 화려한 금박, 고급스런 엠보싱 가공으로 몇 겹의 과대포장제품을 찾기 힘들다. 다시 말해 화려하고 고급스런 이미지의 자극을 통한 소비가 아닌 우리의 생활에 적합한 합리적인 이미지를 강조한다. 바로 이런 의식이 루르 공업지대와 사북이 오늘날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일본에서 성공한 모델이라고 폐광지역에 내국인 출입 스몰카지노를 만들고 환경오염의 대표적 상징인 골프장과 스키장을 만든다고 초기 사업계획과정에서 밝혔다. 이 모든 것이 지역의 경제를 살리고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카지노가 들어선 이후 정선 사북지역에 생겨나고 있는 것은 대박의 꿈을 꾸다가 거덜난 초췌한 졸부들, 길가에 셀 수 없이 늘어선 전당포들이다. 물론 초기의 계산대로 아주 단시간에 장미빛 꿈의 실현이 가능할 지도 모르고 지역 경제와 실업의 문제를 한시적으로나마 해결해 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북사태처럼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양극화는 더욱 첨예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1980년 4월, 3일간 생존을 위해 투쟁한 사북노동자들의 눈물이 이제는 마를 때가 됐을 텐데 다시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우리는 금박 엠보싱이 들어간 화려한 포장지에 가려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김은정/강원대 시각디자인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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